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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경은 종북의 상징’ 발언, 정치인 비판으로 허용돼야”

중앙일보

입력

임수경 전 민주당 의원을 ‘종북의 상징’이라고 표현해 손해배상 소송을 당한 박상은 전 새누리당 의원에 대해 대법원이 “배상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정치인에 대한 검증과 비판이 폭넓게 허용되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임수경 전 민주당 의원(왼쪽)과 박상은 전 새누리당 의원.

임수경 전 민주당 의원(왼쪽)과 박상은 전 새누리당 의원.

"백령도에 종북의 상징을 대동해서…" 발언 문제돼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임 전 의원이 박 전 의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2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선고한 원심 판결을 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했다고 16일 밝혔다. 대법원은 “정치인이나 공직자 등 공적인 인물의 공적 영역에서의 언행 및 관심 사안은 보다 광범위하게 공개ㆍ검증되고 문제제기 돼야 하는 만큼 비판적 표현이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었다고 볼 정도가 아니면 불법행위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2013년 7월 임 전 의원은 백령도에서 열린 정전 60주년 예술작품 전시행사에 참석했다. 그러자 박 전 의원은 인천시를 비판하며 “천안함 46 용사의 영혼이 잠들어 있는 백령도 청정해역에 종북의 상징인 임모 국회의원을 대동해 행사를 치른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임 전 의원은 성명이 자신의 정치인으로서 명예를 훼손하고 인격권을 침해했다며 2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그러자 박 전 의원은 과거 임 전 의원의 ‘북한 밀입국 사건’을 들며 “정치적으로 과장되게 표현한 것 뿐”이라고 주장했다. 1989년 6월 대학생이던 임 전 의원은 무단으로 북한에 들어가 ‘제13차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참가한 뒤 판문점을 통해 한국으로 돌아왔다. 당시 그는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형사 처벌 받았다. 이후 재야에선 ''통일의 꽃'으로 부리며 유명세를 탔다.

대법 "정치인 비판 의도이지 인신공격은 아냐"

1ㆍ2심 재판부는 인격권 침해가 일부 인정된다며 2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심 법원은 “박 전 의원은 방북을 한 지 이미 20여 년이 지났을뿐더러 그로 인한 형사처벌을 받고 사면ㆍ복권된 임 전 의원을 ‘종북의 상징’이라고 표현하면서도 어떠한 자료나 근거도 제시하지 않았다”며 “반면 이로 인해 임 전 의원이 반국가ㆍ반사회 세력으로 낙인찍힐 수 있고, 정치인으로서의 활동 또한 상당히 위축될 수 있으며 국민 개개인의 입장에 따라 국가적으로 위험한 존재로 인식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의견 표명으로서 한계를 벗어났다고 볼 수 없다”며 사건을 2심 법원인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박 전 의원의 성명은 북한과의 군사적 대치상황이나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강조하면서 임 전 의원의 공적 영역에서의 활동이나 정치적 이념을 비판하고, 이를 통해서 지역구 주민들의 인천광역시장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을 환기시키려고 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임 전 의원에게 모멸감을 주기 위하여 악의적으로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을 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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