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증시 하순에는 "기지개"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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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8월의 증시는 과연 조정의 긴 터널에서 벗어나 큰 기지개를 펼 수 있을 것인가.
결론부터 말해 8월의 주식시장도 7월과 마찬가지로 무겁고 어렵다는 게 증시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전반적으로 8월 중순까지는 현재의 약세기조가 이어지다가 하순부터는 다소 활기를 띠겠지만 종합주가지수 8백60∼9백30선에서 박스권을 형성하며 등락을 거듭하는 조정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이다.
투자심리가 워낙 위축되어있기 때문에 8월중에 기관투자가들의 적극적인 매수가 계속되지 않을 경우 주가는 다시 한번 약세로 반전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7월에 이어 8월중에도 기관투자가들의 적극적인 장세지지 노력이 계속될 경우 투자심리는 점차 호전될 것이며, 당국의 강력한 부동산투기억제책의 실시로 시중의 부동자금이 증시로 유입돼 단기간에 주가상승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쌍룡증권의 김남중 이사는 『자금사정·시장의 수급불균형이 주가상승의 압박요인으로 작용, 8월 증시는 전체적으로 보합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고 전제, 『기관이 시장을 떠받치고 있는 상황에서 기관개입이 줄어들 경우 주가는 주춤하게 돼 결국 8백90∼9백20선에 등락이 거듭될 것으로 점쳤다.
그는 특히 지금까지 장세를 짓눌러 온 가장 큰 요인이 됐던 경기침체는 현재 경기가 바닥을 치고 상향으로 돌아서는 추세여서 더 이상 큰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무엇보다 수급상황을 보면 8월중 유상증자 9천2백억원, 기업공개 1천5백억원 등 공급이 모두 1조7백억원에다 통안증권 만기도래분 2조5천억원, 한전주 상장물량 8천억원 등도 기관의 수요를 크게 잠식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수요 측에서는 고객예탁금의 경우 7월 중순 이후 증가세를 나타냈으나 최근 투자심리 불안으로 다시 감소하기 시작, 7월 31일 현재 1조4천1백9억원을 나타내고 있고 2차적인 수요를 나타내주는 환매채와 BMF(통화채권펀드)도 각각 8천7백억원, 1조7천억원 수주에 머물고 있어 특별한 호재가 나오지 않는 한 수급여건이 크게 개선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자금사정도 어렵기는 마찬가지.
8월중 충통화증가율을 18%선에서 억제할 경우 공급 가능한 통화는 지난달의 60%수준인 6천7백56억원에 그칠 전망.
다만 하반기 중 월 1조원을 공급한다는 정부의 방침이 8월에 적용된다면 월중 특별한 자금수요는 없기 때문에 시중자금사정은 크게 악화되지 않겠지만 총통화증가율은 18.7%까지 상승하게 된다.
문제는 8월중 만기 도래하는 통화채가 2조5천억원에 달해 기관의 자금사정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동서경제연구소 이덕화 증권조사부장은 『8월 중순까지 기관의 전반적인 자금사정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며 하순에 접어들면 9월의 추석자금(약 1조원 추정)이 풀려나기 시작해 자금난에 다소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대우증권 박승균 삼성동지점장은 『현재 기업은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고 개인은 여유 돈을 엄청나게 가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부동산투기억제로 말미암아 부동산에서 빠져나온 돈을 지하경제로 흘러가게 하지 않고 증시로 유입되도록 정부가 유도만 해준다면 증시주변 자금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8월 증시를 잿빛으로만 보아서는 곤란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7월중 한차례의 주가상승 및 조정과정을 겪으면서 급한 매물이 상당정도 소화된 상태이므로 기관투자가의 자금사정이 나아지고 10일 한전주 상장에 발맞춰 당국의 신규수요창출노력이 동시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8월 장세를 낙관할 수 있는 여지는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일증권 유인채 상무는 『이제 증시에서 빠져나갈 사람은 거의 다 빠져나갔다』며 『9월에는 연말에 가까워지고 자금사정이 호전돼 장세가 크게 회복될 것으로 믿는 투자자들의 선취매가 나타난다면 8월 하순부터 양은 좋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경기가 안정회복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돼 증시성장의 바탕이 되는 실물경제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보이는 데다 정치·사회여건이 모두 나아지고 해외CB(전환사채)의 주식전환·한전주 상장 등으로 투자분위기는 점차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는 것.
한편 업종별로 보면 주도주가 크게 부상하지 않는 가운데 제조업 중심으로 매기가 형성되면서 발빠른 순환매 양상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의 장세는 전자·자동차·기계·조립금속 업종이 주도하면서 여타 제조업 중에서도 기업내용이 우량한 종목에 매기가 확산되고 있다.
또 삼성전자·유공 등 해외CB 발행 종목도 강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관심을 가져볼 만 하다는 게 증시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러나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나 되는 금융주는 현재 증시주변의 자금사정이 좋지 않음을 감안할 때 당분간 큰 상승은 기대하기 힘드나, 배당락폭이 크게 이루어졌던 단자주에는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박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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