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 토론] 자퇴바람 거센 이공계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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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공대 90명 자퇴, 한국과학기술원 78명 자퇴, 연세대 공학계열 1백26명 자퇴….

올 1학기 대학가에 불고 있는 이공계생들의 자퇴 바람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대학마다 자퇴하는 이공계 학생 수가 전년도에 비해 곱절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자퇴생의 상당수는 평생 수익이 보장되는 의대.한의대에 진학했거나 진학을 준비 중이다. 대학가의 취업난이 갈수록 심화하면서 이공계열을 나온 학생 중에 일자리를 잡은 취업자 비율이 50~60%에 불과한 것도 학생들의 자퇴를 막지 못하는 원인이다.

이 같은 자퇴 행렬엔 석.박사과정 학생들도 가세하고 있다. 이러다가는 이공계열 연구기반이 붕괴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 등 12개 관계 부처가 합동으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으나 이공계 이탈 흐름을 막기엔 아직까지 역부족이다.

교육부는 이공계 우수 대학생과 대학원생들이 학교에 남아 있도록 하기 위해 3천7백75명에게 무려 1백68억원을 장학금으로 쏟아부었다. 내년에는 총 6백65억원을 장학금으로 지급할 계획이다.

또 이공계 출신들이 공직에 많이 진출할 수 있도록 2008년까지 정부 전체 4급 이상 자리 가운데 30%에 기술직 출신이 진출하는 범정부 차원의 계획을 확정한 상태다. 정부는 이에 그치지 않고 중.고교 학생들이 기초과학에 대한 흥미를 갖게 해주기 위해 과학실험실을 리모델링하는 데 올해 1백60억원을 투입하고 있다.

과연 '이공계 구하기' 대책이 효과를 발휘할 것인가. 이공계열 교수와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보수와 사회적 대우가 이공계 기피현상의 근본 원인"이라며 "장학금 지급 등의 미봉책으로는 이공계열 자퇴 행렬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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