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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북미 회담 1주년 메시지 “급할 것 없다”…대북 압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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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EPA=연합뉴스]

지난해 6월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만나 인사하고 있다.[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북ㆍ미 관계와 관련해 “나는 서두를 게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난 지 1주년을 맞아 내놓은 메시지 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제재는 유지되고 있다”며 “(북한의) 핵실험도 전혀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네 차례에 걸쳐 “서두를 게 없다(in no rush)” “급할 것 없다(in no hurry)”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은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아름답고 따뜻한 친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날 역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으로부터 매우 좋은(very nice) 친서를 받았고 우린 매우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강조하면서 교착 국면에서 우위를 굳히려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내가 (북한 관련 입장에 있어서) 변할지도 모른다”며 “하지만 지금 당장 우리(북ㆍ미) 관계는 좋다”고 말했다. 북한 당국과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압박성 메시지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받았다는 친서엔 비핵화 대화 재개를 위한 구체적 내용은 담겨있지 않다고 CNN이 이날 보도했다. CNN은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인 6월14일을 앞두고) 축하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며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건강하기를 바란다고 적었다"고 소개했다. 친서엔 대화 단절이나 핵실험 재개와 같은 협박도 없었다고 한다.

지난 2월 28일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의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회담 도중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월 28일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의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회담 도중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초에도 ‘서두르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이번에 '서두르지 않겠다'는 언급은 결이 다르다”며 “올해 초 하노이 2차 북ㆍ미 정상회담 전엔 미국도 여유가 있었지만 지금은 재선 도전에 나서면서 워싱턴 역시 기류가 예민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은 현재 정상 간의 톱다운(top down)뿐 아니라 실무협상으로 물꼬를 트기를 원한다”며 “실무선에서 합의가 이뤄진다면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순 있겠으나 당장은 트럼프가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무진은 움직이고 있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는 12일(현지시간) 뉴욕을 방문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 및 한ㆍ일 주유엔 대사들을 만났다. 조태열 주유엔 한국대사는 비건 대표를 만난 뒤 기자들에게 ”향후 (북한과) 협상 전망과 관련한 현 상황의 평가와 앞으로의 방향 설정 등에 대해 의견을 조율했다”고 밝혔다. 상세한 협의 내용에 대해선 비건 대표와 외교부 모두 함구했다.

이도훈(왼쪽)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지난달 10일 서울 외교부에서 열린 '비핵화·남북관계 워킹그룹 회의'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이도훈(왼쪽)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지난달 10일 서울 외교부에서 열린 '비핵화·남북관계 워킹그룹 회의'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비건 대표의 카운터파트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12일 예정에 없던 스웨덴 방문을 위해 출국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스웨덴 국빈방문을 계기로 한반도 문제에 관한 정례적 협의를 갖기 위한 것”이라며 “스웨덴은 대북 인도적 지원 부문에서 2위의 공여국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스웨덴은 또 북한과 공식 외교관계를 갖고 있는 서방 국가다. 이 본부장은 19일엔 워싱턴에서 비건 대표와 만날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북유럽 순방을 수행 중인 강경화 외교부 장관 역시 순방 일정 후 바로 귀국하지 않고 러시아를 별도 방문해 한반도 관련 협의를 할 예정이다.

전수진ㆍ이유정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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