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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돌한 크루즈 선장 석방에…정부 "희생자 가족 납득 못한다"

중앙일보

입력

12일(현지시간) 허블레아니호가 정밀 수색 및 조사를 위해 정박하고 있는 다뉴브강 체펠섬 코파시갓 선착장에서 우리 정부 신속대응팀 관계자가 헝가리 측 관계자들을 기다리며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허블레아니호가 정밀 수색 및 조사를 위해 정박하고 있는 다뉴브강 체펠섬 코파시갓 선착장에서 우리 정부 신속대응팀 관계자가 헝가리 측 관계자들을 기다리며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보석 허가에 한·헝가리 당국 모두 당황

헝가리 부다페스트 메트로폴리탄 법원이 12일 오전(현지시간) 허블레아니호를 추돌해 침몰시킨 바이킹 시긴호 선장 유리.C(64)의 조건부 보석을 허가하자 헝가리 검찰청과 한국 정부 모두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헝가리 검찰 "법원 결정에 유감, 증거인멸 우려"

부다페스트 검찰청 페렌츠 라브 부대변인은 이날 중앙일보에 "증거 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있는 피의자에 대한 법원의 보석 결정은 매우 유감"이라고 반발했다. 유리 선장은 자신에게 적용된 과실치사와 항해법 위반 혐의를 모두 부인하는 상태다.

최규식 주헝가리 대사 등 정부 관계자들도 이날 헝가리 검찰청에 "유리 선장의 부주의로 현재까지 한국인 22명을 포함해 2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며 "희생자 가족과 한국 국민 모두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정"이란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현지 신속대응팀 관계자는 "헝가리의 사법 주권을 전적으로 존중하며 법원이 아닌 헝가리 검찰청에 우리 측 입장을 전달한 것"이라 말했다.

보석금 6100만원, 부다페스트 거주 및 주 2회 조사 조건

부다페스트 법원은 이날 우크라이나 국적인 유리 선장의 보석을 허가하며 보석금 1500만 포린트(한화 6100만원)와 감시장치를 부착하고 부다페스트에 거주하는 것을 보석 조건으로 결정했다. 또한 유리 선장에게 주2회 수사기관에서 직접 조사를 받도록 했다. 유리 선장은 이날 변호인을 통해 보석금을 내고 석방됐다.

11일 오후(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인근 바지선에서 헝가리 관계자들이 인양된 유람선 '허블레아니호'를 고정하고 있다. [뉴스1]

11일 오후(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인근 바지선에서 헝가리 관계자들이 인양된 유람선 '허블레아니호'를 고정하고 있다. [뉴스1]

이날 보석 결정은 지난 1일 1차 영장실질심사에서 법원이 유리 선장의 조건부 보석을 허가하자 부다페스트 검찰청이 항고해 이뤄졌다. 부다페스트 검찰청은 지난 6일 유리 선장이 사고 직후 자신의 휴대폰에서 사고 관련 증거를 인멸한 정황을 확인해 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보석 허가, 수사에 차질 없을까 

헝가리 검·경은 유리 선장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충분한 증거 자료를 확보된 상태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고 직후 이뤄진 바이킹 시긴호에 대한 조사와 사고 목격자 및 한국인 생존자 등의 진술을 토대로 유리 선장에게 과실치사와 항해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12일 오전(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한 시민이 유람선 '허블레아니아호'의 인양소식이 실린 신문을 보고 있다. [뉴스1]

12일 오전(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한 시민이 유람선 '허블레아니아호'의 인양소식이 실린 신문을 보고 있다. [뉴스1]

하지만 유리 선장이 석방된 상태에서 조사와 재판을 받게 됨에 따라 수사 일정 지연은 불가피해 보인다.

정부 "헝가리 주권 존중하며 사법공조"

정부에선 헝가리의 사법주권을 존중하면서도 사고 가족들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전달하겠다는 방침이다. 헝가리 검찰청에 과실치사와 항해법 위반 외에 "유리 선장의 뺑소니와 시긴호 선원들의 구조미흡 혐의도 살펴봐 달라"는 입장도 전달하고 있다.

법무부에선 현지에 검사 출신 법무관 3명을 교대로 파견하며 헝가리 검찰청과 사법공조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세월호 검사들을 투입해 헝가리 해상사고 관련 법률을 검토 중이다.

이상진 정부합동신속대응팀장이 12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헝가리문화원에서 허블레아니호 인양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상진 정부합동신속대응팀장이 12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헝가리문화원에서 허블레아니호 인양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헝가리 사법당국은 "수색은 함께해도 수사는 공동으로 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 우리 측의 주장이 수사 과정에 얼마나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이상진 정부합동신속대응팀장은 11일 헝가리 측에서 수사를 이유로 한국 구조요원들의 허블레아니호 진입을 거절했다가 뒤늦게 허가한 것에 대해 "일부 오해가 있었던 것으로 양국의 사법 공조 업무는 큰 틀에서 잘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 말했다.

부다페스트=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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