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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더 옥죄는데 강남 평당 5000만원 육박, 어떻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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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올 하반기 후분양을 추진하고 있는 경기도 과천시 주공1단지 재건축 아파트. 2017년 9월 착공해 현재 공정률이 51%다. 골조공사가 3분의 2 이상 진행돼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보증 없이 분양할 수 있다. [사진 대우건설]

올 하반기 후분양을 추진하고 있는 경기도 과천시 주공1단지 재건축 아파트. 2017년 9월 착공해 현재 공정률이 51%다. 골조공사가 3분의 2 이상 진행돼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보증 없이 분양할 수 있다. [사진 대우건설]

주택도시보증공사(이하 공사)의 한층 강화된 분양가 규제 불똥이 사방으로 튀고 있다. 공사는 오는 24일부터 분양가 한도를 최대 주변 시세의 110%에서 100%로 낮추기로 했다. 대상 지역은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서울 전 자치구 ▲경기도 과천∙광명∙하남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세종시 ▲대구시 수성구 ▲부산시 해운대∙수영∙동래구 등 34개지역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 분양가 심사기준 강화 #인기 지역 단지들에 후분양 관심 늘어 #준공 전 후분양하려면 연대보증 필요 #분양 시기 주택시장 불확실성 커 #분양가 산정 기준 바뀌며 분양가 상승 효과

공사가 분양가를 규제할 수 있는 힘은 분양 필수조건으로 공사가 제공하는 분양보증에서 나온다. 공사는 분양가 심사기준에 맞지 않으면 분양보증을 하지 않을 방침이다.

그런데 주택 수요자는 공사의 분양가 옥죄기가 반가울 것만 같지 않다. 업체들이 분양가 규제를 피할 수 있는 틈새를 찾고 있다. 수요자가 눈독 들이는 주요 지역 분양가가 더 올라갈 수 있다. 또한 강화된 기준을 따르는 분양가도 예상과 달리 뛰어오르는 뜻밖의 현상도 나타난다. 왜 그럴까.

‘후분양’이 공사의 분양가 규제를 피할 수 있는 묘수로 떠오르고 있다. 업체 측이 받으려는 가격과 공사의 분양가 상한선과 격차가 큰 단지에서다. 기존 분양가보다 주변 시세가 훨씬 비싼 강남 등 인기 지역 재건축·재개발 단지, 낡은 아파트가 많은 지역에 오래간만에 선보이는 단지, 고가·고급 아파트 등이다. 일부 단지는 이미 후분양을 추진하고 있다.

후분양으로 공사의 분양가 규제를 피할 수 있는 것은 공사의 분양보증 없이 분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를 다 지어 준공 후에 분양하면 분양보증을 받을 필요가 없다. 분양보증은 아파트가 완공되기 전에 준공을 보증하는 제도여서 공정률(공사 진척도)이 100% 미만일 때만 해당한다.

착공 후 준공 전에 분양하는 경우에도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분양보증을 받지 않아도 된다. 먼저 전체 동의 지상층 기준으로 3분의 2 이상에 해당하는 층수의 골조공사가 끝나야 한다. 여기다 준공에 대해 건설업체 둘 이상의 연대보증이 있어야 한다. 공사의 분양보증을 대신하는 셈이다.

그런데 후분양이 쉽지 않다. 착공 때 분양하는 선분양의 경우 공사 중에 받는 계약금·중도금 등 사업비의 70~80%를 조달할 수 없어 자금 부담이 크다.

업체들은 연대보증을 꺼린다. 연대보증이 채무여서 회사의 재정이나 신용등급 등에 불리할 수 있다.

착공 후 일정한 공정에서 연대보증을 통한 분양은 과거에도 있었으나 유명무실했다. 공사의 분양보증을 받는 게 쉽고 부담이 적어서다. 2000년대 중반 공정률 80% 이상에서 분양해야 하는 재건축 후분양 때도 조합은 분양보증을 택했다. 당시에는 공사의 분양가 규제도 없었다.

후분양에는 분양 불확실성이 뒤따른다. 준공 후 분양하면 분양 시기가 착공 이후 30개월 정도 뒤다. 초고층은 4년가량 걸리기도 한다. 후분양 중 분양 시기를 가장 앞당길 수 있는 골조공사 3분의 2 시점은 착공 후 18~24개월 무렵이다.

그사이 주택경기가 침체해 주변 시세가 많이 떨어지면 예상만큼 분양가를 받지 못할 수 있다. 후분양 분양가는 금융비용 등이 추가되기 때문에 선분양 가격보다 비싸야 업체 입장에서 손해를 보지 않는다.

이런 후분양 리스크를 고려하면 선분양 시점에서 분양가와 주변 시세 격차가 커야 후분양을 해볼 만하다.

후분양 하더라도 청약가점제 등 청약방식은 선분양과 똑같은 적용을 받는다. 분양 시기에 상관없이 30가구 이상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을 받고 짓는 주택은 청약제도에 따라 분양해야 한다. 중도금·잔금 대출 제한도 그대로다.

자료: 업계 종합

자료: 업계 종합

이번 공사의 분양가 심사기준 변경이 오히려 분양가를 부풀리는 효과를 가져온다. 공급면적 기준 3.3㎡당 200만원 정도 오른다.

강남권 최고 분양가는 지난 4월 서초구 방배동 방배그랑자이 3.3㎡당 4687만원이었다. 원래 공사의 분양 1년 분양가 100% 제한에 따라 이 일대에서 내년 4월까지는 이 금액을 넘길 수 없다.

그런데 공사의 분양가 심사기준 변경으로 내년 4월 전이라도 3.3㎡당 4891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공사는 분양가 기준을 주택형별 평균 분양가(산술평균)에서 가구당 평균 분양가(가중평균)으로 바꾸기로 했다.
1억원 1가구와 2억원 2가구의 경우 산술평균 분양가는 1억5000만원[(1억+2억)/2]이다. 가중평균은 1억6700만원{(1억X1+2억X2)/3]이다. 실제 분양가는 달라지지 않는데 계산방식을 바꾸면서 분양가 수치가 올라간다.

업체들이 대개 가구 수가 많은 주택형의 분양가를 높이고 저층 등 가구 수가 적은 주택형 분양가를 낮춰 산술평균 분양가를 낮춰왔기 때문이다.

강남구의 경우 지난 4월 개포동 일원현대 분양가가 3.3㎡당 산술평균 4569만원인 데 비해 가중평균은 4752만원이었다.

지난달 분양한 과천 주공6단지 재건축 아파트인 과천자이의 산술평균 분양가가 3253만원이고 가중평균은 3416만원이다.

산술평균에서 가중평균으로 바뀌면서 소비자가 느끼는 분양가도 그만큼 오르게 된다. 같은 금액이더라도 3.3㎡당 1800만원보다 3.3㎡당 2000만원이 더 비싸 보이는 것이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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