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보조금 랠리'...멍드는 이통사

중앙일보

입력

LG텔레콤의 파격적인 10만원 보조금 인상 이후 KTF가 같은 수준의 보조금 인상을 단행하면서 이동통신 업체들의 보조금 인상 랠리가 다시 점화됐다. 홀로 남은 SK텔레콤도 이 대열에서 빠질 수 없을 것이다.

이같은 합법 보조금 인상 경쟁과 별도로 불법 보조금 또한 근절되기는 상황이다. 이는 다시 통신위원회의 과징금 ‘폭탄’으로 이어질게 뻔해 이동통신업계의 연말 실적관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정부의 휴대폰 단말기 보조금 규제정책은 올해도 업계의 합법-불법 보조금 인상경쟁과 과징금 부과라는 악순환 고리를 만들고 있다. 이는 시장 포화로 인한 실적악화로 투자여력이 축소되고 있는 통신업계에 또 하나의 비용확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보조금 비용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이동통신 3사에 따르면 이들이 올 상반기 보조금과 연관해 지급한 비용은 총 5500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이통 3사가 올린 당기순이익 2조6731억원의 20.6%나 된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의 5분의 1이 보조금 관련 비용으로 지급된 것이다.

지난 3월 말 휴대폰 보조금 부분 합법화 이후 지급된 합법 보조금은 2900억원 수준이다. 여기에 불법 보조금이 1500억원 가량 더 나간 것으로 추정되고, 통신위원회 과징금이 1000억원을 넘는다.

한발 더 나아가 LG텔레콤은 오는 23일부터 보조금을 최고 10만원 인상하기로 했고, KTF도 가세해 다음달 5일부터 보조금을 최고 10만원 올린다. 그만큼 이익이 급감하게 되는 것이다.

◆합법 보조금 올려도 불법 보조금은 여전

보조금 인상 랠리에 대한 우려는 아무리 합법 보조금을 올려도 불법 보조금이 여전히 존재할 수 밖에 없는 시장 구조때문이다.

보조금이라는 마케팅 수단의 성격으로 인해 경쟁사가 보조금을 인상하면 나머지도 비슷한 수준으로 인상이 불가피하다. 3사의 보조금 수단이 비슷해지는 순간 보조금은 마케팅 수단으로서 활용도를 잃게 된다. 경쟁사보다 조금이라도 메리트를 더 줘야 자기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시장에서 남과 같은 마케팅 수단은 이미 마케팅 수단이 아니기 때문.

결국 합법 보조금을 아무리 올려도 불법으로 얼마는 더 얹어줘야 한다는 영업현장의 압력이 높아진다. 그러나 이에 부응하는 순간 당국의 과징금 리스크도 같이 높아진다. 이 때문에 이동사들은 회사별로 보조금 관련 비용으로 5000억~7000억원을 별도 예산으로 책정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여기에는 합법-불법 보조금과 과징금이 모두 포함돼 있다.

이미 가입자가 포화돼 매출을 불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같은 규모의 예산은 결국 이통사들의 당기순이익 감소로 직결될 수 밖에 없다.

◆ “보조금 규제, 실효는 없고 고집만 있다”

보조금의 악순환 고리가 끊어지지 않자 정부의 보조금 규제가 ‘실효성 없이 고집만 부리는 정책'이라는 불만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에서 여야의원들은 일제히 보조금 규제정책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한나라당 심재엽 의원은 “의원들 사이에 보조금 규제법안을 폐지하는 법안을 다시 입법하자는 말이 나올 정도”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열린우리당 변재일 의원은 “정부가 보조금 문제를 연착륙시겠다며 2년간의 규제연장을 요청했지만 실제로 연착륙 정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같지 않다"며 정부의 안일한 태도를 지적했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지속적인 단속과 강력한 제재로 보조금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구태의연한 논리를 고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강력한 단속과 제재 외에 보조금 정책에 대한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대안에 대한 심도있는 연구와 정책대안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출처 :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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