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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 도사 기르자 … 선적 실습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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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인하대가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1954년 금속.기계.조선 등 공학 인력 양성을 목표로 '인하공과대학'으로 개교한 이후 산업 현장을 이끈 숱한 인재를 배출했다. 개교 이후 쌓인 공대의 명성 덕분에 교명이 인하대로 바뀐(1972년) 뒤에도 '인하공대'로 불리곤 한다. 요즘에는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대학과 KAIST.포스텍 등 많은 대학이 공학 분야에 두각을 나타내 '인하대=공대'라는 명성마저 예전만 못하다. 과거 공대로만 각인된 학교의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있다. 인하대가 주목한 것은 물류(物流) 분야다. 인하대는 글로벌시대에 물류업계를 주름잡을 전문 엘리트를 키우기 위해 2004년 국내 처음으로 아태물류학부를 신설했다. 홍승용 총장은 "국제 물동량이 연간 10% 이상 늘고 있는 동북아지역 물류 허브(중심)가 되기 위해선 전문 인력 확보가 시급하다"며 "'인하대=물류'가 떠오르도록 제2의 건학정신으로 물류 전문가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고 밝혔다.

◆ 토론.현장 중심의 교육=5일 오전 10시 인하대 아태물류학부 국제물류연구실. 방학 중이지만 학생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주제는 '월마트의 물류전략 분석'. 물류전략연구회(Locis) 동아리회원 30명이 일주일마다 여는 세미나다. 정아영(여.2학년)씨가 "월마트는 미국에서처럼 창고형 분위기로 매장을 꾸며 친근감을 좋아하는 한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유통물류센터를 지방에 두고, 점포의 접근성이 떨어진 것도 실패 요인으로 지적됐다.

조형진(2학년)씨가 "공급자 위주로 영업하고 투자는 소홀히 한 게 더 큰 원인이 아니냐"고 물었다. "표준화된 마케팅 전략에 집착해 현지화에 실패했다" "교통체증으로 인한 배송 시스템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등의 의견이 쏟아졌다. 김용진 교수는 "학생들이 사례연구를 통해 주요 기업들의 물류시스템을 들여다보고 효율적인 대안을 찾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물류학부의 또 다른 특징은 인턴십 과정이다. 실무 경험을 쌓는 인턴십과정은 18학점이다. 4년제 대학 중 가장 많다. 100여 물류업체들이 졸업도 하기 전에 학생들에게 관심을 보이는 이유다. 인턴십 과정 중인 류민정씨는 물류 최고경영자(CLO.Chief of Logistics Officer)가 꿈이다. 류씨는 "델컴퓨터나 나이키 등 세계적인 기업들의 경쟁력도 물류 비용 절감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 최고만 키운다=2만여 명의 재학생 중 학부생 180명(1학년 40명+2, 3학년 140명)은 특별 대우를 받는다. 입학성적이 우수한 만큼 전원 장학금 혜택을 준다. 방학 중에는 싱가포르.홍콩.대만.시드니.상하이 등 국제적 물류 중심 도시 연수를 지원한다. 학생들은 물류경영, 국제 물류(항공 및 해상), 물류 정책 등 경영과 인문사회 분야는 물론 물류시스템.IT 등 공학 분야도 배운다. 퓨전 학문인 셈이다. 교수진 10명의 전공도 경영학.경제학.공학.물류학 등 다양하다.

인하대는 9월에 물류전문대학원을 연다. 특히 연구의 지속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학부와 대학원 연계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학부 3년을 마치고 1년6개월 만에 석사를 딸 수 있는 트랙도 마련했다. 박용화 학부장은 "2010년까지 최고의 엘리트를 키워내는 세계 10대 물류교육기관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말했다.

◆ 왜 물류인가=아태물류학부 하헌구 교수는 "국내 물류 비용은 국내총생산(GDP)의 12%인 90조원인 반면 미국.일본 등 선진국들은 8~9% 정도"라고 말했다. 물류 비용은 고스란히 제품가격에 반영돼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라는 것이다. 하 교수는 "물류 비용을 1%만 줄여도 연간 1조원을 아낄 수 있다"고 밝혔다.

인천=양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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