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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대북 강경 대응 … 배경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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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북한 미사일 발사 사태 이후 호주가 미.일 못지않게 연일 대북 강경론을 주장하고 있다. 남북한 동시 수교국으로선 이례적이다.

존 하워드 호주 총리는 7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전화를 받았다. 그 직후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국제사회가) 통일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며 '대북 제재론'에 힘을 실었다.

호주는 이미 북측에 외교 채널을 통해 강력한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 외교 사절의 평양 방문 계획도 취소했다. 이에 앞서 하워드 총리는 지난달 29일 베이징(北京)에서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를 만나 "북한이 미사일 시험발사 계획을 철회하도록 적극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전후로 미.일과 완벽한 공조체제를 과시한 셈이다. 이에 대해 외교 소식통들은 다각적인 해석을 내놓는다.

외교통상부의 한 관계자는 "호주가 그동안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확산에 반대해 온 데다 북한 대포동 2호의 사정거리(6000~1만㎞)에 호주 북단이 포함돼 민감한 반응을 보이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한반도 정세 불안은 호주의 국익에 바람직하지 않다. 3대 수출상대국(중국.일본.한국)이 모두 얽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색다른 해석도 나온다. 미.호주 간의 굳건한 동맹 관계가 작용했다는 시각이다.

호주는 미국에 각종 군사 기지.시설을 제공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50여 년간의 동맹 관계에다 올해부터 자유무역협정(FTA)까지 발효돼 정치.군사.경제 분야에서 최상의 관계를 구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양국의 정보 교류.협력 수준은 미.일, 미.영 수준에 맞먹는다고 한다. 정보 소식통은 "미국은 호주.스페인을 잇는 3각 위성 정보 시스템을 가동 중"이라며 "호주 중부 사막 지대의 파인 갭(Pine Gap)에 미국 중앙정보국(CIA).국가안보국(NSA).국가정찰국(NRO) 등이 합동 운영하는 비밀 군사 기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기지는 미국이 지구 궤도상에 운영하고 있는 모든 첩보위성의 지상통제센터다. 미국은 2001년부터 이곳에 탄도 미사일을 조기에 탐지.경보하는 미사일방어(MD)체제의 감시시스템을 갖춰왔다.

그래서 미 정보당국이 호주에 제공하는 각종 정보의 양과 질은 최상급으로 평가된다. 북한 미사일 관련 정보도 마찬가지다. 이를 반영하듯 알렉산더 다우너 호주 외무장관은 5일 북한의 미사일 추가 발사 가능성을 가장 먼저 제기했다. 한국 정보당국보다 하루 더 빠른 것이었다.

외교부 관계자는 "미.호주 간 동맹 관계를 매개로 호주의 대한반도 영향력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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