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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추정 시신 1구 발견…헝가리 "선체진입 불가, 이르면 5일 인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다뉴브강 유람선 침몰 사고 엿새째인 3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섬에 마련된 헝가리측 CP에서 열린 한국-헝가리 공동 기자회견에서 송순근 주헝가리 대사관 국방무관과 야노쉬 허이두 헝가리 대테러청장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 [뉴스1]

다뉴브강 유람선 침몰 사고 엿새째인 3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섬에 마련된 헝가리측 CP에서 열린 한국-헝가리 공동 기자회견에서 송순근 주헝가리 대사관 국방무관과 야노쉬 허이두 헝가리 대테러청장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 [뉴스1]

유람선 허블레아니호 침몰 사고 6일 만에 다뉴브강 하류 120km 지점에서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시신 한 구가 발견됐다. 사고 당일인 지난달 29일 7구의 시신이 수습된 이후 처음이다.

사고현장 102km지점 한국인 시신 1구 발견 #현지 매체 "주말간 4구 발견" 정부 "확인 중"

정부 당국자는 3일 "한국인 추정 시신 1구를 발견해 현재 정확한 신원을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이날 헝가리 일간지 매그야르 넴제트도 "지난 주말에 다뉴브강 하류에서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4구의 시신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정부 당국자는 "현지 보도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확인 중에 있다"고 말했다.

수색 작업이 성과를 내는 가운데 헝가리 정부는 이날부터 유람선 허블레아니호 인양을 위한 준비에 나섰다. 인양은 이르면 5일에 시작돼 9일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유람선 침몰사고 엿새째인 3일 오전(현지시간)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유람선 침몰현장에서 헝가리 수색팀이 선체 주변 수색을 위한 사전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유람선 침몰사고 엿새째인 3일 오전(현지시간)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유람선 침몰현장에서 헝가리 수색팀이 선체 주변 수색을 위한 사전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한국 정부는 3일 오전까지 선체 내부에 진입해 시신 수습 작전을 시도해보겠단 의사를 밝혀왔다. 아직 대다수 한국인 실종자(19명)의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헝가리 "수중수색 위험, 5~9일 인양방침" 한국 "재차 건의" 

하지만 헝가리 당국은 다뉴브강의 유속과 수심 등을 거론하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장 구조대가 밝힌 이날 다뉴브강의 유속은 시속 4.1km 수심은 7.3m, 수온은 12도였다.

현지 정부 합동신속대응팀 송순근 육군 대령은 이같은 사실을 전하며 "헝가리 정부의 입장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다만 송 대령은 헝가리 측 잠수사와 한국 잠수사 각각 2명씩 총 4명을 순차적으로 사고 현장에 투입해 선체 주변의 환경을 살펴보겠다고 했다.

송 대령은 "유속이 점차 느려지고 있어 여건이 개선되면 다시 헝가리 정부에 선체 진입을 건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송 대령의 브리핑 뒤 기자회견을 한 야노쉬 허이두 헝가리 대테러청장은 "유속이 감소하고 있더라도 수중 작업은 어렵다"는 의사를 재차 밝혔다.

한국-헝가리 공동 기자회견에서 노르웨이 구조팀이 소나로 만든 허블레아니호의 현재 위치가 공개되고 있다. 현지 관계자는 이 영상은 노르웨이팀의 소나영상과 구글 지도를 합성해 제작하였다고 밝혔다. [뉴스1]

한국-헝가리 공동 기자회견에서 노르웨이 구조팀이 소나로 만든 허블레아니호의 현재 위치가 공개되고 있다. 현지 관계자는 이 영상은 노르웨이팀의 소나영상과 구글 지도를 합성해 제작하였다고 밝혔다. [뉴스1]

허이두 청장은 "오늘 투입된 잠수 요원들은 선체 인양을 위해 선체를 고정할 지점을 찾고 있다"며 "선체 접근 과정에서 시신이 발견되면 훼손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수중 작업도 선내 진입을 위한 탐지 작업이 아닌 인양을 위한 준비 작업이란 뜻이었다.

가족들 "구조대원 안전 중요…안타깝다 한숨" 

이런 소식이 전해지자 실종자 가족들은 답답함과 안타까움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진 외교부 재외동포영사실장은 "가족분들께서 구조 요원의 안전이 중요하다고 하셨지만 안타까워 한숨을 내쉬기도 하셨다"고 말했다.

세월호 수색 경험이 있는 황대식 전 한국해양구조협회 구조본부장은 "현지에서 조달할 수 있는 장비의 한계가 있어 위험을 무릅쓰고 작전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 전 본부장은 "유럽의 경우 작전 여건이 안 좋으면 시신 수습보단 인양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세월호 수색 경험이 있는 또다른 민간 잠수사는 "한번 정도는 선체 내 진입을 시도해볼 만한 상황인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허블레아니호를 추돌한 대형 크루즈 바이킹 시긴이 당시 사고를 인지했을 수 있다는 정황이 담긴 영상이 추가 공개됐다. 영상에는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미르기트 다리 부근에서 바이킹 시긴호가 허블레아니호 뒤에 바싹 붙어 따라가는 정황이 담겨있다. [뉴스1]

허블레아니호를 추돌한 대형 크루즈 바이킹 시긴이 당시 사고를 인지했을 수 있다는 정황이 담긴 영상이 추가 공개됐다. 영상에는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미르기트 다리 부근에서 바이킹 시긴호가 허블레아니호 뒤에 바싹 붙어 따라가는 정황이 담겨있다. [뉴스1]

한편 외교부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허블레아니호를 침몰시켰던 크루즈선 바이킹 시긴호 선사에 대한 가압류 신청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리.C로 알려진 바이킹 시긴호 선장에 대해 엄중 처벌을 요구하는 가족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조치로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헝가리 정부에 사고 원인 규명과 사고 관련 사안에 대한 모든 차원의 조치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제법 전문가인 신각수 전 외교부 차관은 "조용하고 힘 있는 외교적 노력을 통해 헝가리 정부가 이번 사안에 대해 올바른 사법처리를 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부다페스트=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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