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유람선 사고로 세상 떠난 아내, 마지막으로 보고 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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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관광객들이 탑승한 유람선 '허블레아니'(헝가리어로 '인어')가 침몰한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부근에서 5월 30일 오후(현지시간) 한 추모객이 강으로 던진 꽃이 강물의 흐름에 따라 흘러가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인 관광객들이 탑승한 유람선 '허블레아니'(헝가리어로 '인어')가 침몰한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부근에서 5월 30일 오후(현지시간) 한 추모객이 강으로 던진 꽃이 강물의 흐름에 따라 흘러가고 있다. [연합뉴스]

함께 해외여행 길에 올랐던 60대 여고 동창생 3명의 운명이 엇갈렸다. 1명은 구조됐지만 1명은 실종, 나머지 1명은 시신으로 발견됐다. 최근 지문 감식으로 신원이 확인된 사람은 정모(64)씨다.

정씨의 남편 김모씨는 2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사망자 7명 가운데 신원 확인이 안 됐던 마지막 1명이 지문 감식을 통해 아내로 확인됐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시신이라도 발견했으니 기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 볼 자신 없어 아들 보내"

그는 애초 사고 직후 피해자 가족들이 함께 떠나는 헝가리 사고 현장 방문단에 아들·처남과 같이 신청했다가 마지막 순간 포기했다. 김씨는 “끔찍한 사고 현장을 지켜볼 자신이 없어 아들과 처남만 헝가리 현지로 보냈다”고 말했다.

남편 김씨는 지난 1일 오후 ‘현지에서 시신을 화장한 뒤 국내로 유해를 운구하면 어떠냐’는 여행사 측의 제안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그는 “우리 가족은 아내의 시신을 국내로 운구한 뒤 화장해 장례를 치를 생각”이라며 “이렇게 해야 마지막으로 아내의 얼굴이라고 한번 보고 보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김씨는 “아내와 친구 2명은 절친한 여고 동창생들로 평소 틈나는 대로 국내 여행을 같이 다니다 이번에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같이 간다며 꿈에 부풀어 출국했다”며 “출국 이후 지난달 26일 ‘잘 도착했다’는 문자메시지만 받았을 뿐 전화통화도 하지 못해 더욱 안타깝다”고 힘없이 말했다. 김씨는 여행을 떠난 날 아내와 공항버스 정류장까지 새벽길을 걸었다. 김씨는 떠나는 아내에게 여행지에서 쓰라며 100만원이 담긴 봉투를 건넸다. 그는 “그게 아내의 마지막 모습이 될 수도 있다는 걸 그때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아내가 차가운 강물에서 얼마나 놀랐을지를 생각하면 지금도 숨이 턱턱 막힌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아내와 같이 해외여행 길에 오른 고교 동창 안모(65)씨의 생사가 아직 확인되지 않아 너무도 가슴 아프다”며 말끝을 흐렸다.

수영할 줄 알았던 1명은 튜브로 극적 구조

3명의 여고 동창생 가운데 극적으로 구조된 이모(66)는 현재 헝가리 현지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조금씩 회복하는 중이라고 한다. 2일 현지에 가 있는 이씨의 남편 백모씨는 중앙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아내는 현재 갈비뼈 7∼9개가 부러지거나 금이 가는 부상을 입고 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인 상태”라고 전했다.

헝가리 유람선 침몰 사고 현장 방문을 마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헝가리 유람선 침몰 사고 현장 방문을 마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그는 “아내의 경우 사고 당시 유람선 갑판에 나와 있다가 (크루즈 선박의 추돌 충격으로) 유람선 바깥으로 튕겨 나가면서 크게 다친 것으로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백씨는 “아내의 경우 사고 당시 유람선에서 튕겨 강물로 떨어진 뒤 수영을 해 인근 유람선에서 던져 준 튜브를 잡고 구조될 수 있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아내는 수영을 할 줄 알았다”며 “이 덕분에 구조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전익진·이병준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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