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분수대

설전은 이제 그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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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이동현
이동현 기자 중앙일보 기자
이동현 산업1팀 차장대우

이동현 산업1팀 차장대우

아버지의 운전 실력은 신통치 않다. 면허를 따신 지 오래지만, 직장생활을 하실 땐 대중교통을 이용하셨고 퇴직 후 15년째 운전을 하시는데 실력이 늘지 않는다. 자식을 태우고 운전하려면 잔소리들을 각오를 하셔야 한다. 미간을 찌푸리시지만 크게 불평하시진 않는다.

아버지가 운전대를 잡은 건 어머니 때문이다. 어머니는 몇 년 전부터 시력이 나빠져 장애등급을 받으셨다. 어머니와 어디라도 가시려면 차가 필수다. 지하철역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버스에 타고 내리시기 버겁다. 여전히 아버지가 우리 집에 차를 몰고 오실 때면 도착하실 때까지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아내는 “차라리 택시를 타시라”고 권한다.

아버지 휴대전화에 ‘타다’ 앱을 깔아드렸다. 65세 이상 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타다 어시스트’를 이용해 볼 요량이었는데 차가 많지 않다. 서울 은평뉴타운에서 차를 불렀더니 상계동에 있는 차가 잡혔다. 오는 데만 45분이라 해서 이용하진 못했다.

얼마 전 어머니와 지방에 다녀오신 아버지께서 ‘타다 어시스트’를 불렀다가 같은 이유로 포기하고, 일반 ‘타다 베이직’을 타셨단다. 꽤 만족스러우셨던 모양이다. 편하게 왔다고 하시다가 한 말씀을 더 하셨다. “그런데 가격은 좀 비싸다.”

공유경제는 유휴자원을 공유해 경제적 효용을 높이자는 게 핵심이다. 타다가 논란의 중심에 있는 건 유휴자원이 아니어서다. 승합차와 운전기사를 단기 대여하는 서비스다. 친절하고 안락한 ‘유사택시’이거나 승차거부 없는 ‘비싼 택시’다. 소셜미디어의 설전을 퍼나르는 소모적 논쟁은 이만하면 됐다. 이미 우리나라의 ‘라이드 헤일링(탈것 호출)’ 서비스는 동남아에도 뒤졌다. 택시를 줄이든, 공정한 경쟁체제를 만들든 판을 뒤엎는 게 우선이다.

이동현 산업1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