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각두부 뜨거운 두부 2천억 시장 쟁탈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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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여름에 두부전쟁이 뜨겁다.
풀무원신선식품(주)은 최근 일본의 최신공법을 도입한 「냉각두부」를 개발, 시판에 들어갔는데 작년9월부터 「뜨거운 두부」를 판매해온 장충식품 등 7∼8개 업체둘이 『우리두부가 더 신선하다』고 맞서며 품질논쟁을 벌이고 있다.
이와 함께 고급두부 시장을 놓고 업체들간에 백화점·슈퍼마킷에서 소비자 눈에 잘 띄는 「목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판촉전이 치열하다.
풀무원이 7월1일부터 서울시내 백화점 등 4백여개의 매장에서 동시판매에 들어간 냉각두부는 대장균을 비롯한 각종 세균이 섭씨20∼40도에서 번식한다는 점에 착안, 50도의 두부를 15분만에 3도로 급냉시켜 세균이 번식하지 못하도록 제조한 것인데 일본의 제조기술도입에 5억여원을 투자했다.
반면 장충식품 등이 「뜨거운 두부」는 갓 제조된 두부를 특수용기에 넣어 식지 않도록 함으로써 소비자의 손에 갔을 때 50도를 유지해 신선도측면에서 냉각두부보다 앞선다는 주장이다.
값은 풀무원의 냉각두부가 2백75g자리 한모에 3백80원, 4백40g짜리가 6백원인데 비해 장충식품의 「뜨거운 두부」는 5백20g 한모에 5백원으로 풀무원제품이 다소 비싸다. 또 이들 회사의 제품은 일반두부가 3백50g 한모에 2백50원 선인 점을 감안하면 모두 비싼 편인데 일반 두부처럼 수입콩을 쓰지 않고 국산콩을 사용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양측의 품질논쟁은 법적 시비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식품위생법 시행령 식품공전에 「성형된 두부는 여분의 응고제가 제거되도록 흐르는 물에서 충분히 수침하여야 한다」고 돼있고 유통과정에서도 「제품은 냉장하든지 또는 음용에 적합한 물로써 가급적 환수하면서 보존해야 한다」고 규정돼있는데 따뜻한 두부는 냉각과정도 거치지 않고 유통과정에서도 냉장시키지 않고 상온에서 판매하기 때문에 불법이라는 찬 두부측의 주장이다.
「따뜻한 두부」측은 이에 대해 순두부·연두부도 흐르는 물에 씻을 수 없으므로 이규정은 의미가 없다고 맞서고있다.
유통기간을 두고도 양측의 입장이 팽팽하다.
뜨거운 두부측은 찬 두부가 냉각·포장의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소비자손에 도착하는데 12∼24시간 걸린다고 주장하고 있고 찬 두부측은 뜨거운 두부가 실제 소비자 손에 갔을 때 50도 이하로 온도가 떨어지고 짐에 가져가서 보관하는 동안 세균이 번식, 비위생적이라고 주장한다.
현재 전국의 두부제조업체는 5백50여개, 연간 소비량은 7억5천모로 2천여억원 어치에 이른다.
풀무원측은 냉각두부 시판이후 매출액이 종전보다 두배 가량 뛰어 올해 매출목표도 작년 27억원의 두배인 50억원으로 잡고있다고 말했다.
두부시장의 규모도 매년20%가량. 신장되고 있어 업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데 이른바 「횟가루」두부사건을 기억하고 있는 일반소비자들에게 두부의 품질논쟁은 적잖은 관심을 끌만하다.

<길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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