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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희토류 무기화 공개 언급…무역전쟁 첫번째 킹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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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중국 당국이 28일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공식 거론했다. 시진핑 주석(오른쪽 둘째)이 지난 20일 중부 장시성 간저우의 희토류 생산 공장을 방문한 모습. 간저우는 중국 공산당 대장정의 출발지점이기도 하다. 시 주석은 희토류를 ‘중요한 전략적 자원’이라고 강조했다. [신화=연합뉴스]

중국 당국이 28일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공식 거론했다. 시진핑 주석(오른쪽 둘째)이 지난 20일 중부 장시성 간저우의 희토류 생산 공장을 방문한 모습. 간저우는 중국 공산당 대장정의 출발지점이기도 하다. 시 주석은 희토류를 ‘중요한 전략적 자원’이라고 강조했다. [신화=연합뉴스]

중국 정부가 그간 가능성으로만 거론됐던 희토류의 대미 무기화를 언급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28일 밤 “만일 누군가 우리가 수출하는 희토류로 제품을 만든 뒤 이를 이용해 중국의 발전을 저지하고 압박하려 한다면 중국 인민 모두가 기분 나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민일보(人民日報)도 다음날인 29일 “희토류 시장에서의 중국의 주도적 지위가 베이징에 이미 반격의 길을 부여한 상태”라고 보도했다. 환구시보(環球時報)도 같은 날 사설에서 “미국의 중국 때리기가 계속된다면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로 삼는 건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남은 킹카드는 국채, 미국산 불매 #알리바바, 홍콩 증시 U턴 가능성

중국의 국가기관과 관영 성격의 언론들이 ‘희토류’ 카드를 공개 거론하면서 지난 12일 인민대학의 진찬룽(金燦榮) 중국대외전략연구센터 주임이 밝힌 “무역전쟁에서 중국이 이길 석 장의 킹카드”가 주목받고 있다. 진 교수는 대미 ‘무기’로 두 장의 ‘스몰 킹카드’와 한 장의 ‘빅 킹카드’를 거론했는데, 첫 번째 스몰 킹카드가 희토류였다. 두 번째 스몰 킹카드는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1조3000억 달러), 세번째 ‘빅 킹카드’는 중국 시장이다. 예컨대 애플 휴대폰의 중국 시장 접근을 통제하는 식이다.

28일(현지시간) 미국은 중국에 ‘환율조작국’이라는 메가톤급 폭탄을 투척하진 않았다. 하지만 ‘관세→첨단기술→환율→정부 보조금’으로 확대돼 온 미·중 무역 전선(戰線)이 금융 시장으로도 옮겨붙는 분위기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무역 전쟁의 다음 전투는 월스트리트에 대한 중국의 접근권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와 중국은 그동안 찰떡 공조를 이어왔다. 중국 기업은 월스트리트에서 기업공개(IPO) 등으로 엄청난 자금을 조달해 왔다. 월스트리트의 투자은행(IB)은 IPO와 기업 및 부동산 인수 등에 따른 막대한 수수료를 챙겼다. 중국은 주식과 채권 시장에서도 큰손이었다. 하지만 무역 전쟁의 여파가 이어지며 미국 내 기류가 변하고 있다. 미국 금융 및 자본시장에 발을 디딘 중국 기업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한 탓이다. 마코 루비오 공화당 의원은 지난달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중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거나 인권 침해에 연루된 기업에 대한 공개 의무를 확대하라”고 요구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기업도 월스트리트와 거리 두기를 시작했다. 홍콩 또는 중국 증시로 U턴에 나서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홍콩 증시에 재상장을 추진하는 알리바바다. 5년 전 뉴욕 증시에 성공적인 데뷔를 했지만 양국의 갈등이 고조되며 발 빼기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미국 시장에만 상장한 중국 주요 기업이 비상자금 확보를 위해 홍콩 상장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중국 때리기에 거침이 없는 트럼프가 중국의 월스트리트 접근까지 차단할지는 미지수다. 극단적인 카드인 만큼 중국을 치려다 더 큰 치명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하현옥 기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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