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리포트] 약발 떨어진 9.5부동산대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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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아파트값 얘기는 그만하고 싶지만 주택시장의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노라면 그렇게 되질 않는다. 아파트값 안정을 위해 내놓은 9.5대책에도 불구하고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에서 시작된 가격 상승세가 일반 아파트 시장으로 확산하고 있으니 뭔가 단단히 잘못된 게 아닌가 생각된다.

9.5대책 이후 서울 강남권은 물론 목동.수도권 신도시 등지의 기존 아파트값이 2천만~4천만원 올랐다.

하기야 부동산 문제로 골치를 앓은 적이 어디 한두번이었던가. 정부는 그동안 수많은 부동산 투기억제 정책을 내놓았지만 그 약효는 오래가지 못하고 다시 원점에서 처방책을 찾곤 했다.

서슬 퍼런 군부 독재정권에서도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는데 참여정부라고 뾰족한 대안이 있겠느냐마는 그 파장을 생각하면 어떻게든 방도를 찾아야 한다.

집값을 잡기 위한 가장 좋은 묘책은 주택이 남아 돌도록 공급을 늘리는 일이다. 하지만 기존 시가지에서는 만족할 만큼 주택을 늘리기가 쉽지 않다. 특단의 공급촉진책을 마련한다 해도 개발 붐으로 인해 주택값은 거꾸로 상승하게 돼 있다.

정말 대안은 없을까.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수백조원의 부동자금이 떠돌고 있는 한 집값은 섣불리 잡히지 않을 것 같다. 당분간 부동산 쪽으로 돈이 몰리는 현상은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얘기다.

이런 정황을 감안하면 온탕.냉탕식의 단편적인 대책으로는 주택값을 잡을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공급.세금.교육 문제 등 주택시장과 연관 있는 사안들을 철저히 따져 백년대계(百年大計)의 예측 가능한 종합대책을 만들어 장기적으로 주택시장을 안정시켜야겠지만 당장 천정부지로 치솟기만하는 주택값을 그대로 둘 수 없다.

따라서 주택 보유세를 높여 비싼 집을 갖고 있으면 세금 부담도 커지는 방향으로 세제개편안을 마련해 주택을 통해 불로소득을 얻으려는 가수요를 차단해야 한다.

이와 함께 공급 확대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강남처럼 생활환경이 좋은 곳은 공공임대주택이 혼재한 초고층.고밀화로 도시구조를 재정비하면서 여기서 생기는 개발이익을 환수해 서민주택 건설.기반시설 확충 사업 재원으로 충당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도시외곽의 풍광이 좋은 곳에 여유계층을 위한 고급주택단지 건설도 병행해야 강남의 주택수요가 줄어든다. 서울의 베벌리힐스를 외곽으로 빼내자는 얘기다.

최영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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