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靑·여당, 야당 궤멸집단으로 보면서 국회정상화 운운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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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왼쪽)가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강원도 산불피해 후속조치 대책회의에 입장하던 중 원내대표실 보좌역으로부터 정부 측 관계자의 불참 소식을 전해듣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왼쪽)가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강원도 산불피해 후속조치 대책회의에 입장하던 중 원내대표실 보좌역으로부터 정부 측 관계자의 불참 소식을 전해듣고 있다. [연합뉴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9일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여당을 향해 "국회 정상화를 운운하는 청와대와 민주당이 야당을 궤멸집단으로 보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나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강원도 산불피해 후속조치 대책회의'를 개최했다.

회의에는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 한국전력 등 관련 부처 차관과 유관 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하기로 했지만, 각 부처 및 기관은 회의에 앞서 한국당 측에 '불참'을 통보했다. 결국 한국당은 홀로 회의를 개최했다.

나 원내대표는 회의 시작과 함께 '불참'을 통보한 부처와 유관 기관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강원 산불피해와 관련해 장관들은 바쁠 것 같아서 차관들의 참석을 요청했고, 일부 차관들은 오겠다고 했다"면서 "하지만 결국 어떻게 됐느냐"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이 '모두 불출석'하라고 한 것"이라며 "정권의 이익을 계산해 공무원들을 출석시키지 않는 것이 이 정권의 민낯이다"라고 지적했다.

나 원내대표는 국회 정상화 논란도 언급했다. "여당이 야당을 무시하면서 유감 표명은커녕 적반하장으로 나오고 있다. 이렇게 하면서 국회 정상화를 하자는 것인가"라며 "국회 정상화를 운운하는 청와대와 민주당은 결국 야당을 국정 파트너가 아닌 궤멸 집단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당은 홀로 약 40분간 회의를 이어갔다. 나 원내대표는 회의를 마치고 만난 취재진에게 "정부·여당이 국회 정상화를 압박하려고 야당에 공무원들을 안 보내는 것인가"라며 격앙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또 "산불 피해 지역에 두 번 갔다 온 사람으로서 그분들의 눈물을 잊을 수 없다. 이게 말이 되는가"라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나아가 문재인 대통령도 정면 비판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국무회의에서 한국당 강효상 의원의 한미정상 통화내용 유출을 강한 어조로 비판한 점을 거론하면서다.

나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이 정쟁에 앞장서는 것인가. 그게 청와대, 여당이 할 일인가"라며 "문 대통령이 지금 모든 정쟁을 사실상 총지휘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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