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환자와 성관계' 김현철 정신과의사 "달라붙는 건 그들이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PD수첩]

[PD수첩]

스타 정신과 의사로 알려진 김현철 공감과성장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이 자신의 환자 성범죄 혐의에 대해 "여자 분이 당할 수도 있지만 그 반대일 수도 있다"며 자신이 성폭행을 당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김 원장은 28일 방송된 MBC 'PD수첩'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을 성폭행으로 고소한 두 명의 여성 환자에 대해 "성관계는 합의에 의해 할 수도 있고, 비합의 하에 할 수도 있다"며 "저는 그냥 있었는데 강제로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PD수첩은 '굿 닥터의 위험한 진료' 편에서 김 원장의 그루밍 성범죄와 약물 과다처방 의혹을 다뤘다.

김 원장은 또 5회의 성관계를 가진 환자에 대해 원치 않는 상태에서 성관계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본인이 매번 마지막으로 예약한다. 빼도 박도 못하게 제가 퇴근을 해야 하는데"라며 "뭔가 일을 낼 거 같은 분위기였고 저는 그냥 있었는데 강제로 당했다"고 말했다.

[PD수첩]

[PD수첩]

'5회 모두 원치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졌냐'는 질문을 받고는 "진짜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사건을 조사 중인 경찰은 제작진에 "조사 때는 그런 얘기가 없었다"고 했다.

제작진이 "환자와 성적 접촉을 하거나 애정 관계를 갖는게 환자에게 얼마나 피해를 줄 수 있는지 아셨을 거 아니냐. 그 자체를 거절하셔야 하는 게 상식 아닌가"라고 묻자 "그래서 거절하고 싫은 내색을 다 냈다. 달라붙은 건 두 분"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제작진은 연락에도 답이 없는 김 원장을 만나기 위해 주차장에서 그를 기다리다 마주쳤다. 김 원장은 제작진과의 인터뷰에 앞서 "쌍방 녹음을 합시다. 왜냐하면 편파적으로 할까 봐"라고 말했다.

[PD수첩]

[PD수첩]

PD수첩에 따르면 현재 두 명 이상의 여성 환자가 김 원장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호소하고 있다. 한 환자는 김 원장이 갑작스레 제안한 일본 여행을 따라갔다가 성폭력을 당한 뒤 여러 차례 성관계 제안을 거절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이 환자는 "눈을 떠보니 김현철이 옆에 누워 안고 몸을 만지고 있었다"며 "여기서 싫다고 하면 치료에 영향을 줄 것 같았다"고 토로했다.

다른 환자도 자신이 김 원장에게 호감을 표시하자 김 원장이 치료 기간 중에도 바로 성관계를 제안, 거부하지 못하고 5회 이상 성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신과 의사들은 취약한 상태인 환자와 특별한 관계를 맺어서는 안 된다. 환자가 자신을 치료하는 의사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는 '전이'로 인해 의사를 크게 신뢰하거나 연인 같은 감정을 느끼는 일이 치료 과정 중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전이' 현상을 악용해서는 안 된다는 게 정신과 의사들의 불문율이다. 해외에서는 정신과 의사와 환자와의 성접촉을 성범죄로 규정하고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원장의 이런 행위는 연애가 아닌 '정신적 갈취'라고 지적했다.

[PD수첩]

[PD수첩]

이날 방송에서는 김 원장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수천만원에 달하는 급여를 허위 청구하거나 식약처가 2~3주 내 단기처방을 권고한 마약류 의약품을 한 번에 6개월 치 가량 처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앞서 김 원장은 지난 2017년 배우 유아인이 SNS에서 네티즌들과 논쟁을 벌이자, 직접 상담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경조증'이란 진단을 공개적으로 내려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윤리위원회는 김 원장을 불러 이러한 사안을 조사했고, 지난해 3월 말 학회 설립 이래 최초로 회원을 제명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