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급식에 우리 농산물 우선 사용할수 있게 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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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료.전기.에너지.가스 등 공공성이 높은 서비스 분야도 개방을 유보할 수 있도록 미국과 협상할 방침이다. 또 학교 급식에서 우리 농산물을 우선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개방의 예외로 인정받는 한편 중소기업이 참여하는 정부 조달시장도 열지 않기로 했다.

김종훈 한.미 FTA 협상 수석대표는 7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협상 대응 방안을 밝혔다.

10~14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한.미 FTA 2차 본 협상에서 정부는 공산품.농산품의 품목별 시장개방 계획(양허안)과 서비스.투자 분야의 개방 유보안을 미국과 교환한다. 최종 개방안은 이번에 제시한 양국의 초안을 바탕으로 한 후속 협상에서 정해진다.

정부는 경쟁력이 있는 공산품은 최대한 개방하지만, 피해가 예상되는 농림수산물의 경우 일부 품목을 개방에서 제외하거나 최대 10년에 걸쳐 관세를 철폐하는 방안을 제시키로 했다. 특히 농업 분야에선 학교 급식과 관련한 FTA 예외조항을 신설, 학교 급식용 식자재에 수입 농산물 대신 우리 농산물을 우선적으로 쓸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런 제안의 수용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는 상품과 섬유, 농산물 양허안을 동시에 일괄 교환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출석해 "농산품, 공산품, 섬유협상을 별도로 진행하면 우리의 약점이 나타날 수 있어 하나로 묶어 진행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서비스 분야에선 공공성을 위해 보호가 필요한 분야와 전략적으로 시장 개방이 필요한 분야를 분리해 협상에 응하기로 했다. 교육.의료.전기.에너지.가스 분야는 계속 보호하되 금융.회계.세무 분야 등은 국내 관련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단계적으로 개방 폭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요구한 택배.법률 시장의 완전 개방은 거부키로 했다. 안경유통업(안경점), 선원 교육업 등 엄격하게 영업 요건이 제한돼 있는 서비스 업종도 개방에서 제외키로 했다.

이외에 정부는 기술자와 간호사 등 국내의 전문직 자격증을 미국에서도 똑같이 인정해주고 전문직에 대한 별도의 비자 쿼터도 설정해줄 것을 요구하기로 했다. 또 정부조달 분야에 중소기업 보호 조항을 신설해 중소기업이 참여하는 관급 공사 등을 개방 대상에서 빼기로 했다. 인천공항 관련 사업 등 일부 공항.항만 사업을 정부조달 개방 대상에 포함해 달라는 미국의 요구는 해당 사업의 공공성을 감안해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반덤핑 조치 개선 등 무역구제 분야는 관련 국내법 개정에 시간이 필요한 미국의 사정을 감안해 다른 분야에 앞서 연말까지 협상을 조기 타결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한덕수 경제부총리 등 6개 관계부처 장관 명의의 '한.미 FTA 협상 반대시위 관련 정부 공동 담화문'을 내고 "폭력 시위로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경우 대외신인도에 심대한 타격이 예상된다"며 "불법행위에 엄중히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실장, 박태주 전 청와대 비서관 등이 포함된 경제학자 171명은 성명을 내고 "국민의 삶을 뒤바꿔 놓을 국가전략 사안을 미국의 시간표에 얽매여 졸속으로 추진해서는 안 된다"며 "협상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도 이날 협상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낸 데 이어 12일 서울광장에서 10만 명이 참여하는 반대집회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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