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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총선 공천에 친문 입김 거세지나, 비문계는 긴장

중앙일보

입력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총선 준비 모드로 전환한 가운데 친문 인사들이 속속 총선과 관련된 요직을 맡으면서 당내 비주류의 경계심이 상승하고 있다.

민주당은 최근 신임 전략기획위원장으로 이근형 윈지코리아컨설팅 대표를 내정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24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가 다음 주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전략기획위원장에 임명될 예정”이라며 “내년 총선 전략 수립, 공천 경선 여론조사 등에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신임 민주연구원 원장으로 취임한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당사 앞에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중앙포토]

더불어민주당 신임 민주연구원 원장으로 취임한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당사 앞에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 대표는 19대 대선 때 문재인 캠프에서 전략본부 부본부장을 역임한 대표적 친문 인사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는 대통령 여론조사비서관으로 일했다.

여기에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그동안 당의 정책 어젠다를 발굴하고 여론동향을 파악하는 기능을 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 최측근인 양 원장이 취임한 이후 내년 총선전략 수립과 홍보 메시지를 기획하는 베이스캠프로 기능을 강화하는 중이다. 지난 14일 양 원장의 취임 일성도 “총선 승리의 병참기지 역할”이었다. 부원장은 민정비서관을 지냈으며 친문 강경파로 분류되는 백원우 전 의원이다.

문 대통령과 가까운 탁현민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은 민주당 홍보위원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처럼 문 대통령과 인연이 깊은 인사들이 당내 입지를 넓혀나감에 따라 당청 소통이 더욱 활발해지고 ‘원팀’ 기류가 강화되는 효과가 있다.

탁현민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이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함께 웃고 있는 사진을 올렸다. [사진 탁 위원 페이스북 캡처]

탁현민 대통령 행사기획 자문위원이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함께 웃고 있는 사진을 올렸다. [사진 탁 위원 페이스북 캡처]

그러나 당 일각에선 과거처럼 청와대가 친문 라인을 통해 직ㆍ간접적으로 총선 공천에 개입하려는 것 아니냐는 견제의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민주당 중진들은 당 총선공천제도기획단이 공천 룰로 확정한 현역의원 전원의 경선 방침과 친문 인사들의 잇따른 복귀 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내년 총선과 관련해 정치 신인에게 최소 10~20% 가산점을 주기로 했다. 반면 현역 의원은 의정활동 평가 등에서 감점을 받을 수도 있어 내년 공천에서 현역 의원이 대폭 물갈이 대상이 되거나 경선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걱정이 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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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현재 청와대 출신과 전직 장·차관 그리고 공기업 출신 등 40여 명의 정치 신인이 당 안팎에서 내년 총선을 준비하고 있다. 수도권이 지역구인 민주당의 한 비주류 의원은 “내년 선거는 문재인 정부 3년에 대한 심판 성격이 강할 것”이라며 “이에 대한 방패로 내세울 만한 게 새로운 얼굴을 내세워 승부수를 띄우는 정도 아니겠느냐“고 전망했다.

비문 성향의 한 중진 의원은 “이해찬 대표가 인위적 물갈이는 없다고 했고 이인영 원내대표도 주류, 비주류의 칸막이를 뜯어내야 총선에서 이긴다고 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도적인 비문, 비주류 공천 학살이 있게 된다면 당 자체가 두 쪽 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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