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조국 두 분이 가세하면 다음 대선이 얼마나 안심이 되겠습니까.”
18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 ‘노무현 대통령 서거 10주기 시민문화제’ 토크콘서트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한 말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을 영입할 수 있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유 이사장, 조 수석이 정치 입문에 대해 손사래를 치는 것에 대해선 “세상 일이 자기 뜻대로 안 된다”고도 했다.
방송인 김어준씨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양 원장과 유 이사장이 패널로 나왔다. 양 원장이 인재영입을 비롯한 민주당 총선 전략 수립의 중책을 맡고 있어 사회자 김씨의 질문도 이 대목에 집중됐다.
“유시민은 언제 대선에 출마하나.”(김어준)
“그는 노무현 대통령 때 보건복지부 장관을 했다. 소년급제(당시 47세)를 한 것이다. 벼슬을 했으면 거기에 걸맞는 헌신을 해야 한다.”(양정철)
무대위의 유 이사장이 “그건 그대들 생각”이라고 하자, 양 원장은 “데자뷔 같다. 문재인 대통령도 처음엔 정치를 한사코 안 하겠다고 거리를 뒀다”고 맞받았다. 양 원장은 “딱 부러지는 분이 왜 자기 앞길은 명확하게 결정 못 하냐. 때가 되면 역사 앞에 겸허하게 나서야 한다”며 정계복귀를 거듭 촉구했다.
실제로 여권 내부에선 유 이사장의 관련 발언을 주목하는 분위기다. 유 이사장은 이날 정계복귀 요청에 “원래 자기 머리는 못 깎는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14일에도 라디오에 나와 “나중에 혹시 정치하게 되면 욕을 하시라”며 여지를 남겼다.
정계 복귀설이 가라앉지 않은 이유는 그에 대한 높은 대중적 관심 때문이다. 유 이사장은 여권에서 영향력이 큰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맡아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조국 수석 역시 문재인 정부 첫 민정수석으로 대중적 인지도를 갖췄다는 점에서 민주당의 차세대 간판으로 적합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조 수석은 민정수석이 된 후 한동안 자제하던 SNS 활동을 요즘 재개했다. 조 수석은 내년 총선에서 부산ㆍ경남(PK) 지역에서 민주당 바람을 일으킬 주역으로 민주당 안팎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유 이사장과 조 수석은 친문재인 열성 지지층 사이에서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유 이사장은 18일 “조국 수석과 자신 중 누가 더 대선 주자로 낫냐”는 질문에 “못 알아들은 것으로 하겠다”며 답을 피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당내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을 사실상 총선 전략의 베이스캠프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양정철 원장이 백원우 부원장과 함께 인재영입을 위한 물밑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양 원장의 발언을 이인영 원내대표 당선을 통해 수면 위로 드러난 당내 세력의 분화와 연결 짓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86그룹 대표주자 격인 이 원내대표가 ‘친문 핵심’인 김태년 의원을 원내대표 경선에서 큰 표 차로 누르면서 당내 역학구도에 변화가 생겼다는 말이 나오는 상황이다.
그래서 양 원장이 유 이사장과 조 수석 등 친문 그룹 차기 주자 띄우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익명을 원한 민주당의 한 의원은 “앞으로 당내 계파별 목소리가 선명하게 분출될 가능성에 대비해 친문 주류가 새로운 당의 구심점을 제시해 자신들의 리더십을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