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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도 사양산업?...경기도 매입유치원 15곳 공모에 85곳 신청

중앙일보

입력

사립유치원 15곳을 사들여 공립으로 전환하는 경기도교육청의 '매입형 유치원' 공모 사업에 85곳의 사립 유치원이 지원서를 냈다. 경쟁률이 5대 1을 넘는다. 출산율 감소와 유치원의 투명·공정성 기준 강화로 사립 유치원들이 손을 든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9~22일 도내 사립유치원을 대상으로 매입형 유치원을 공모한 결과 도내 31개 시·군 중 20개 지역 85곳의 유치원이 신청서를 냈다고 23일 밝혔다. 매입형 유치원은 기존 사립유치원의 부지와 건물을 교육청이 구입해 공립유치원으로 전환·운영하는 것이다. 자가 소유, 단독 건물을 가진 10학급 이상 인가를 받은 유치원이 신청 대상이다. 도내 전체 사립유치원 1003곳 중 239곳이 10학급 이상 인가를 받은 만큼 신청 가능한 사립유치원의 세 곳 중 한 곳(36%)이 지원한 셈이다.

[사진 연합뉴스TV 제공]

[사진 연합뉴스TV 제공]

용인 지역이 신청 많아  

신청 지역별로는 용인이 17곳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화성(9곳), 평택(8곳), 김포·안산(각 6곳), 시흥·오산(각 5곳), 이천·고양(각 4곳) 순이었다. 남양주·파주(각 3곳), 수원·성남·군포·의왕·안성·양주(각 2곳), 부천·광주·의정부(각 1곳) 등에서도 신청했다. 이중 안산의 경우 10학급 이상 인가받은 사립유치원이 8곳인 점을 고려하면 대상 유치원의 상당수가 매각을 희망한 것이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60곳 정도 신청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예상보다 많아서 놀랐다"며 "용인지역의 경우 사립유치원이 많아 신청이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신청한 사립유치원을 대상으로 매입형 유치원 선정위원회 심사와 교육부 심의를 거쳐 오는 7월까지 15곳을 선정한다.

지난 3월 서울 관악구 은천로에서 전국 처음으로 문을 연 매입형 유치원인 '서울구암유치원' [뉴스1]

지난 3월 서울 관악구 은천로에서 전국 처음으로 문을 연 매입형 유치원인 '서울구암유치원' [뉴스1]

서울·울산·부산 등도 매입형 유치원 신청 많아… 왜?

사립유치원들의 매입형 유치원 신청 러시는 경기도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 1월 사립유치원 10곳을 매입하기로 한 서울시교육청의 공모엔 51곳의 사립유치원이 신청서를 냈다. 2곳의 매입형 유치원을 짓기로 한 울산시교육청 공모에도 20곳의 사립어린이집이 "매각하겠다"고 신청했다. 부산시교육청 공모에도 5곳 모집에 16곳의 사립유치원이 지원했다.

유아교육계는 매입형 유치원 신청 경쟁엔 사립유치원들의 '위기감'이 담겨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의 합계 출산율이 2017년 1.05명에서 지난해 0.98명으로 감소하는 등 출산율이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어서다. 여기에 온라인입학관리시스템 '처음학교로' 등이 도입되면서 원장이 원생을 골라 뽑던 예전과 상황이 달라졌다. 국가회계관리시스템인 '에듀파인'이 도입되면서 유치원의 회계장부도 모두 공개해야 한다.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을 골자로 한 유아교육법, 사립학교법, 학교급식법 일부 개정안을 담은 이른바 '유치원 3법'도 추진되고 있다.

지난 3월 유치원입학관리시스템인 '처음학교로' 불참 제재로 교사 임금 지원 삭감 등의 불이익을 받은 사립 유치원 관계자들이 충북도교육청을 항의 방문해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스1]

지난 3월 유치원입학관리시스템인 '처음학교로' 불참 제재로 교사 임금 지원 삭감 등의 불이익을 받은 사립 유치원 관계자들이 충북도교육청을 항의 방문해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스1]

경기도의 한 사립유치원 관계자는 "처음학교로와 에듀파인 도입 이후 '운영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폐업을 고려하는 사립유치원들이 한두 곳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송기문 경기도유치원연합회 출범 추진위원장은 "올해 초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의 총파업 논란으로 모든 사립유치원이 손가락질을 받으면서 유치원 운영에 자괴감과 상실감을 느낀 원장들이 많다"며 "여기에 저출산 문제 등도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수원=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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