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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금 다 갚아주겠다" 美억만장자 화끈한 졸업 축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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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어하우스 대학 졸업식 연사로 참석한 로버트 F 스미스. [AP=연합뉴스]

모어하우스 대학 졸업식 연사로 참석한 로버트 F 스미스. [AP=연합뉴스]

미국의 한 흑인 억만장자가 대학 졸업생에게 어떤 훈계보다 값진 졸업식 축사를 했다. 졸업생 수백 명의 학자금 대출을 모두 갚아주겠다고 ‘깜짝 발표’를 해 모두를 놀라게 한 것이다.

1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사모펀드 최고경영자인 로버트 F 스미스는 이날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모어하우스 대학에서 열린 졸업식 연사로 참석해 “우리 가족은 학생들의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지원금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WP는 졸업생 중 학자금 융자를 한 학생은 약 400명으로 스미스가 약속한 금액이 대략 4000만달러(약 477억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스미스의 ‘깜짝 선물’에 졸업생 400명은 “MVP”를 외치며 열광했다.

스미스의 발표를 학생들과 함께 처음 들은 데이비드 A 토머스 총장은 WP와의 인터뷰에서 “MVP가 ‘가장 소중한 사람’ 혹은 ‘가장 소중한 독지가’를 의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모어하우스 대학 트위터 캡처]

[사진 모어하우스 대학 트위터 캡처]

이날 스미스는 축사를 통해 학생들의 학위는 혼자만의 노력으로 받은 것이 아니라며 추후 그들의 부와 성공, 재능을 주위 사람들에게 나눠달라고 당부했다.

스미스는 “학위는 사회적 계약으로, 우리가 어깨 위에 서 있는 거인들에게 감사함을 표하기 위해 여러분의 재능과 열정을 헌신할 것을 요구한다”며 “우리는 우리 사회와 마을, 팀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나는 여러분이 선행을 계속 이어나갈 것으로 믿는다”며 “우리 모두에게 아메리칸 드림의 기회가 있다는 점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날 졸업식장에 오전 6시부터 나와 있었다는 제이슨 앨런 그랜트(22)는 “연설이 시작될 때 피곤했지만 스미스의 말을 듣고 졸음이 싹 달아났다”며 “우리 아버지는 (좋아서) 거의 돌아가실 뻔했다”고 말했다.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에서 근무하는 그랜트의 아버지는 아들의 대출금 4만5000달러(약 5368만원)를 갚기 위해 10년을 더 일할 예정이었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고 WP는 전했다.

또한 로버트 제임스(21)는 “나는 대출 빚이 없지만 친구들이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옆에서 지켜봤다”며 “친구들이 졸업 후에 더는 대출금으로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좋다”고 말했다.

더불어 또 다른 졸업생 션 스윈든(22)은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며 감격해하면서 “졸업장을 받으러 무대 위에 올라갔을 때 스미스와 악수를 했는데 ‘빚 걱정 말고 세상에 나가 일하라’고 말해줬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환호하는 모어하우스 대학 학생들. [AP=연합뉴스]

환호하는 모어하우스 대학 학생들. [AP=연합뉴스]

모어하우스 대학은 스미스의 모교가 아니다. 하지만 모어하우스 대학이 흑인 인재를 다수 배출한 유서 깊은 대학이라는 점 때문에 그가 기부를 결심한 것으로 풀이된다. 1867년 개교한 이래 흑인 민권운동가인 마틴 루서 킹 목사와 미국영화의 거장인 스파이크 리 감독, 영화배우 새뮤얼 잭슨, 육상스타 에드윈 모지스 등 수많은 유명인사를 배출했다.

한편 스미스는 그는 매사추세츠공대(MIT)와 코넬대를 졸업한 뒤 화학공학자로 일했으며 2000년 사모펀드 ‘비스타 에쿼티 파트너스’를 설립했다.

스미스의 재산은 44억달러(약 5조2000억원)로 추정되며, 2015년에는 유명 흑인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를 제치고 포브스지가 선정한 아프리카계 미국인 중 최고 부자에 오르기도 했다.

이미 연초에 모어하우스 대학에 150만달러(약 17억9000만원) 기부를 발표하기도 한 스미스는 이날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지영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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