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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5·18 망언, 부끄럽다"···'물세례' 황교안 100m 가는데 10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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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8일 오전 제39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열린 광주광역시 북구 국립 5.18민주 묘지 기념식장으로 들어가며 시민단체의 항의를 받고 있다. [뉴시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8일 오전 제39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열린 광주광역시 북구 국립 5.18민주 묘지 기념식장으로 들어가며 시민단체의 항의를 받고 있다. [뉴시스]

18일 오전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시민들과 취재진에 둘러싸였다. 시민들은 5·18기념식 참석차 광주를 찾은 황 대표를 향해 “광주에 왜 왔냐” “돌아가라” 등을 외쳤다. 5·18 망언 의원들에 대한 징계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황 대표를 성토하는 목소리였다. 일부 시민들은 황 대표를 향해 생수를 뿌리거나 플라스틱 의자를 집어 던지기도 했다. 황 대표는 5·18묘지 입구에서 기념식장까지 100m를 이동하는 데 10여분이 걸렸다.

문 대통령, 2년 만에 2번째 기념식 참석 #황 대표, 시민·취재진 둘러싸여 아수라장 #보수단체 논란 속 얼룩진 39주년 기념식 #광주시민들, ‘5·18 비난 시위’에는 ‘호통’

10분 뒤 행사장 안쪽에서 “와”하는 함성과 함께 박수가 쏟아졌다. 5·18묘지에 들어선 문재인 대통령을 발견한 시민들이 보내는 환영의 인사였다. 문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17년 제37주년 5·18 기념식에 이어 이날 대통령으로서 두 번째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5·18에 대한 소모적인 논란을 자제할 것과 추가 진상규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근 일부 보수진영에서의 5·18에 대한 역사왜곡을 겨냥한 메시지였다는 평가다. 문 대통령은 “아직도 5·18을 부정하고 모욕하는 망언들이 외쳐지고 있는 현실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나 부끄럽다”며 “개인적으로는 헌법 전문에 5·18정신을 담겠다고 한 약속을 지금까지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 송구스럽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제39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사 도중 북받치는 감정을 추스르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제39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사 도중 북받치는 감정을 추스르고 있다. [연합뉴스]

아울러 문 대통령은 “80년 5월 광주가 피 흘리고 죽어갈 때 광주와 함께하지 못했다”며 “그 시대를 살았던 시민의 한 사람으로 정말 미안합니다”라고 말했다. 기념식 참석자들은 “미안하다”는 말을 하며 울먹이는 문 대통령을 향해 위로의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시민과 참석자들 중 상당수는 이날 기념식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문 대통령의 메시지와는 달리 일부 보수진영의 5·18에 대한 폄훼와 왜곡시도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어서다. 5월단체들은 전날 보수단체들이 ‘5·18 맞불집회’를 벌인 데 이어 황 대표가 기념식에 참석한 것에 대해서도 크게 분노했다.

18일 오전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앞에서 진보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기념식 참석을 막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18일 오전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앞에서 진보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기념식 참석을 막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황 대표의 광주 방문에 대한 반발은 기념식 전부터 시작됐다. 이날 오전 5·18묘지 입구에서는 기념식 2시간 전인 8시부터 항의 시위가 열렸다. 진보연대를 비롯한 광주 지역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200여 명은 이날 묘지 입구에서 “황교안은 오지 마라”를 외쳤다. 일부 회원들은 황 대표가 도착하자 도로 바닥에 드러눕기도 했다. 김후식 5·18 부상자회장은 “그토록 ‘오지 말라’고 만류했는데도 황 대표가 참배하러 와 유감”이라고 말했다.

5월단체들은 일부 보수단체들이 이틀 동안 벌인 5·18 맞불집회에도 분통을 터뜨렸다. 보수단체들은 이날 오후 1시부터 금남로에서 5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5·18 유공자들의 명단을 공개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5·18유공자 가운데 가짜 유공자가 있다”며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 등을 비난하기도 했다.

이에 화가 난 일부 시민은 길을 지나며 호통을 치거나 차량 경적을 크게 울리며 항의했다. 경찰은 물리적 충돌에 대비해 집회가 벌어진 금남로 일대에 대대적인 인력을 배치했다. 이 과정에서 취재진과 시민 등이 곳곳에서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18일 오후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에서 자유연대를 비롯한 보수단체 회원 500여명이 5·18유공자명단 공개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18일 오후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에서 자유연대를 비롯한 보수단체 회원 500여명이 5·18유공자명단 공개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한편 이날 39주년 기념식은 5·18묘지와 옛 전남도청 앞 5·18민주광장을 연결하는 첫 ‘이원생중계’로 진행됐다. ‘님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는 순서에 5·18 최후 항쟁지인 옛 전남도청에서 이뤄지는 오프닝 공연을 5·18묘역에서도 볼 수 있도록 했다.

참석자들은 밴드그룹 블랙홀의 ‘마지막 일기’ 공연을 지켜보며 80년 당시의 참혹한 상황을 떠올렸다. 마지막 일기는 5·18 당시 계엄군의 무차별한 진압에 희생된 어느 고등학생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광주광역시=최경호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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