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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이른 폭염에 이젠 5월도 여름…온난화로 한 달 길어져

중앙일보

입력

16일 오후 폭염주의보가 발효 중인 광주 북구 문흥근린공원에서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나오는 물줄기에 몸을 씻으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오후 폭염주의보가 발효 중인 광주 북구 문흥근린공원에서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나오는 물줄기에 몸을 씻으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연합뉴스]

5월 중순에 ‘깜짝 폭염’이 찾아왔다.

기상청에 따르면, 16일 서울이 30도까지 오르면서 올해 들어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 대전 30.8도, 광주 30.7도, 경북 의성 31.5도, 경남 합천 31.4도, 경북 영천 31.3도 등 전국 곳곳이 올해 최고 기온을 보였다. 공식 기록은 아니지만, 측정소 기준으로 안성 32.7도, 익산 32.4도, 정읍 32.3도 등 내륙지역을 중심으로 32도 이상까지 기온이 오른 곳도 6곳이나 됐다.

앞서 15일 광주광역시에선 낮 최고기온이 30.3도에 달해 역대 가장 이른 ‘폭염주의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이전 기록인 5월 19일보다 4일이나 앞당겨진 기록이다. 이날 광주 서구 풍암동의 비공식 최고온도 기록은 33.1도였다.

15일과 16일 이어진 고온 현상에 기상청 관계자는 “따뜻한 남풍류가 지속해서 유입되고 낮 동안 강한 일사가 더해지면서 전국 곳곳이 올해 들어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주말에 비 오면서 해소될 듯 

16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 경찰들이 따가운 햇볕을 가리기 위해 우산을 쓰고 있다. [뉴스1]

16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 경찰들이 따가운 햇볕을 가리기 위해 우산을 쓰고 있다. [뉴스1]

기상청은 이번 고온이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보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5월 들어 맑은 날이 지속하면서, 지표면이 조금씩 가열돼 온도도 조금씩 올랐다”며 “이번 주말~다음 주에 비가 내리면 해소될 일시적 고온”이라고 말했다.

17일에도 서울의 한낮 기온이 30도를 기록하는 등 무더위가 이어지겠다. 하지만, 낮부터 제주를 시작으로 비가 내리면서 고온현상도 한풀 꺾일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이날 낮부터 제주에 50~100㎜, 밤부터 전남 20~60㎜에 이어 18일 전북‧경상도 5~40㎜, 충청 남부 5㎜ 미만 등 비가 올 것으로 내다봤다.

빨라지고 길어지는 여름… 현장에선 이미 ‘5월도 여름’

전국 곳곳에서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넘긴16일 오후 대구 동구 효목2동 행정복지센터에 무더위 쉼터 알림판이 붙어있다.[연합뉴스]

전국 곳곳에서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넘긴16일 오후 대구 동구 효목2동 행정복지센터에 무더위 쉼터 알림판이 붙어있다.[연합뉴스]

기상학에서는 ‘여름’을 ‘일 평균 기온이 20도 이상인 시기’로 정의한다. 일 년을 4등분해 두 번째 계절을 일컫는 ‘여름’은 통상적으로 6~8월을 뜻한다. 천문학적으로는 하지(6월 22일쯤)~추분(9월 23일쯤)까지가 여름이다.

그러나 최근 온난화가 지속되고 더위가 오는 시기가 빨라지면서 기상학적 여름이 당겨지는 추세다. 윤기한 기상청 사무관은 “우리나라는 남부지방은 5월 중순, 중부지방은 5월 하순에 여름이 시작된다고 본다”고 설명한다.

여름의 길이는 100년간 꾸준히 길어져 왔다. 1912년~1920년 여름의 지속일수는 95일인데 비해 2011~2018년까지 여름 지속 일수는 연평균 126일이었다. 바로 앞선 10년(2001~2010년)의 여름 지속일수는 118일로, 10년 만에 여름이 8일 늘어난 셈이다.

행정안전부는 이미 5월 20일부터 9월까지를 ‘폭염대책기간’으로 정하고 더위에 대비 태세를 갖추는 중이다. 경북도, 경남 진주시 등 일부 지역에선 폭염 대책기간을 5월 15일부터 10월 15일까지, 꽉 찬 5개월로 잡기도 했다.

온난화로 폭염 발생 기간↑ 횟수↑ 온도↑

기록적 폭염을 보인 지난해 8월 1일 서울 여의대로 위 설치한 온도계가 40도가 넘는 숫자를 가리키고 있다. [뉴스1]

기록적 폭염을 보인 지난해 8월 1일 서울 여의대로 위 설치한 온도계가 40도가 넘는 숫자를 가리키고 있다. [뉴스1]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여름이 더 빨리 시작되고 길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울산과학기술원 폭염연구센터장 이명인 교수는 “최근 몇 년간 ‘5월 폭염(최고기온 33도 이상)’도 증가하는 추세”라며 “예전엔 6~8월만 여름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5월과 9월까지도 ‘폭염’이 나타나고 횟수도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부산대 기후과학연구소 이준이 교수도 “‘지구온난화’라는 큰 틀 안에서 우리나라도 여름이 길어지고 열대야가 많아지는 경향성이 있다”며 “산업혁명 이래 지구 평균 온도가 이미 1도 올랐고, 우리나라만 보면 평균 2도 정도 상승했다. 여름의 온도상승과 길이가 길어진 점이 크게 기여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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