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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정상회담 밤사이 결정? 새벽 5시에 날아온 靑문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6일 새벽 5시 정각.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예고 없던 청와대의 공지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 명의의 ‘한ㆍ미 정상회담 개최’ 공지였다. 이보다 1시간 빠른 새벽 4시경. 미국 백악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6월 말 한국을 방문한다는 내용의 서면 발표문을 이미 낸 상태였다.

2017년 11월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청와대 본관 집현실에서 열린 확대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2017년 11월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청와대 본관 집현실에서 열린 확대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날 오전 10시45분. 청와대는 공식 브리핑을 통해 발표 시간과 관련, “한ㆍ미간 협의를 통해 (양국의) 발표 시점을 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발표 시간은 한ㆍ미가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서로의 편의를 봐가면서 정한다”고 말했다.
 한ㆍ미 관계에 정통한 외교소식통은 “통상 정상 방문은 방문을 하는 국가에서 먼저 발표하는 것이 관례”라며 “이번에도 방문국인 미국이 (한시간) 먼저 발표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7년 11월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1993년 7월 빌 클린턴 대통령에 이어 24년 만에 국회연설을 하고있다.

2017년 11월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1993년 7월 빌 클린턴 대통령에 이어 24년 만에 국회연설을 하고있다.

 다만 이날 정상회담 일정 발표는 그동안의 전례와 차이가 난다. 청와대는 한ㆍ미 정상회담 등 주요 정치 일정에 대해 통상 엠바고(보도 유예) 시점을 걸고 사전에 공지해왔다. 이 때문에 이날 새벽 공지의 배경에 대해 “일정이 지난밤 사이 급하게 정해졌거나, 미국의 일방적 통보로 이뤄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고민정 대변인은 이날 정상회담 일정을 발표하면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 하순 일본에서 개최되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계기에 방한할 예정이며 구체적 일정은 추후 외교 경로를 통해 협의하기로 했다”고만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형식과 한국에서의 동선은 물론 구체적 방한 일정에 대해서도 “일단 G20일 즈음이라는 것만 말할 수 있다”고 해 방한 날짜도 특정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일정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회담 계획이 발표된 배경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G20 때 일본에 올 예정인데 이 때 여러 나라 정상들과의 회담이 조율되고 있다”며 “(한ㆍ미 회담에 대해) 워낙 궁금증이 많기도 하고 양국 협의에 따라 확정이 됐기 때문에 굳이 더 미룰 이유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11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악수하고 있다. 왼쪽부터 멜라니아 여사, 트럼프 대통령, 문 대통령, 김정숙 여사.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11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악수하고 있다. 왼쪽부터 멜라니아 여사, 트럼프 대통령, 문 대통령, 김정숙 여사. 청와대 제공

또 이날 청와대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고 회담의 목표를 제시한 반면 백악관은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FFVD)’라는 표현을 썼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서도 “공동 발표에서 완전한 직역을 하면 오히려 의미 전달이 잘 안 되는 경우가 있다”며 “양국이 협의해 큰 맥락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발표한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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