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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계열사 미신고' 김범수 1심 무죄…"고의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계열사 신고를 누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범수(53) 카카오 의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안재천 판사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의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김 의장이) 허위 자료가 제출됐다는 사실 자체를 인식했다거나 미필적이나마 고의를 인정할 만큼 허위 자료가 제출되는 것을 용인했다고 볼 수 없다”고 무죄 이유를 밝혔다. 김 의장은 이날 선고 공판에 나오지 않았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 [중앙포토]

김범수 카카오 의장. [중앙포토]

김범수 "직원 실수로 빠트린 것…고의 아냐" 

김 의장은 2016년 엔플루토ㆍ플러스투퍼센트ㆍ골프와친구ㆍ모두다ㆍ디엠티씨 등 계열사 5곳의 신고를 빠트린 혐의로 약식기소됐다. 당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이른바 대기업으로 지정된 카카오는 모든 계열사를 공시해야 했다. 대기업 총수 일가의 전횡을 막기 위해 공정거래법 68조는 계열사 관련 자료를 공정위에 내지 않으면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원은 지난해 12월 김 의장에게 벌금 1억원의 약식명령을 결정했지만 김 의장 측이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김 의장 측은 재판에서 “직원의 실수였다”며 혐의를 부인해왔다. 검찰은 재판에서도 김 의장에게 벌금 1억원을 구형했다.

法 "작은 회사들인데 일부러 그랬겠나"

재판부는 김 의장이 신고 업무를 법무팀 등에 전부 맡겨놓아서 공시 의무를 몰랐다는 점을 무죄 근거로 들었다. 법무팀 담당 직원은 뒤늦게 5개 회사가 공시 대상이라는 사실을 알고 곧바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알렸다.

신고 누락된 5개 회사의 종업원 수나 매출 규모로 볼 때 김 의장이 굳이 법을 어겨가며 신고를 누락할 필요성이 적었다는 점도 고려됐다. 재판부는 “5개 계열사에 대한 신고를 누락하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파악되지 않는 반면 이로 인해 김 의장이 입게 될 불이익은 크다”며 공시 누락을 용인할 의사는 없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허위 자료의 제출 행위는 대규모 기업집단의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과 불공정 행위를 막으려는 법을 무력화하는 것”이라며 과실에 대해서도 처벌할 필요성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이는 입법으로 해결할 문제로 공정거래법에 명문 규정이 없음에도 과실범을 처벌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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