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미사일 발사 성공했나 실패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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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대포동 2호를 발사한지 이틀째가 되면서 미사일 발사를 둘러싼 궁금증들에 대한 베일이 하나둘씩 벗겨지고 있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 북한은 대포동 2호 발사가 성공한 것인지 실패한 것인지를 놓고 여전히 미묘한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다.

우선 국내에서는 이번 대포동 2호 발사는 엔진결함 등에 의한 실패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실패쪽에 무게를 두면서도 '의도된 실패'가 아니냐는 의문을 거두지 않고 있다.

반면 북한은 "이번에 있은 성공적 미사일 발사는 자위적 국방력 강화를 위해 우리 군대가 정상적으로 진행한 군사훈련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우리 군대는 이번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자위적 억제력 강화의 일환으로 미사일 발사훈련을 계속하게 될 것"이라면서 "만약 그 누가 이에 대해 시비질하고 압력을 가하려 든다면 우리는 부득불 다른 형태의 보다 강경한 물리적 행동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가 미사일 발사하나 = 윤광웅(尹光雄) 국방장관은 6일 "북한이 추가로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도 이날 조선중앙통신사를 통해 "우리 군대는 이번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자위적 억제력강화의 일환으로 미싸일 발사훈련을 계속하게 될 것이다"고 발표했다. 미국 정부와 언론 역시 추가 발사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윤 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지난 2개월여간 일련의 준비과정을 봤을 때 들어오고 나가는 장비나 단체를 파악하고 평가해 볼 때 아직도 더 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토니 스노 미 백악관 대변인도 5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2 ̄3기의 단거리 스커드 혹은 중거리 노동미사일이 아직 발사가능한 상태"라고 밝혔다.

문제는 북한이 발사할 미사일이 중.단거리 미사일이냐 장거리 미사일이냐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추가로 발사할 미사일이 중단거리 미사일인 스커드나 노동이라면 기술 테스트의 의미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 대미 압박 등 정치적 압력으로서의 의미는 거의 없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추가 발사하려는 것이 대포동 2호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전문가들은 그 경우 북한이 반드시 발사를 성공시켜서 대미 압박용 카드로서 효과를 보겠다는 계산을 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포동 2호 실패는 결국 자체 결함 때문 = 대포동 2호가 발사된 지 불과 42초만에 고장을 일으켜 동해로 떨어졌다. 1998년 대포동 1호 발사 이후 갈고 닦은 북한의 미사일 수준이 정말 이 정도 밖에 안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제기됐다. 국가정보원은 6일 오전 긴급소집된 국회 정보위 전체회의에서 "대포동 2호는 로켓 엔진의 결함 때문에 발사 이후 실패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불완전 연소로 인한 진동충격이나 연소실 내부균열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다. 미국 당국과 언론도 "추정 사정거리가 5000 ̄6000km에 달하는 대포동 2호가 불과 300 ̄500km밖에 날지 못한 것은 분명한 실패"라고 평가하고 있다.

◇7번째 발사 의미는 =북한이 5일 새벽 대포동 2호 미사일을 비롯, 6기의 미사일을 발사한데 이어 오후 5시22분께 7번째 미사일을 발사한 배경도 여전히 궁금증을 자아냈다. 북한 입장에서 '승부수'인 대포동 2호를 시험발사하는 참에 오랫동안 발사실험을 못했던 다른 미사일의 성능까지 함께 테스트하기 위해 스커드.노동 미사일 5기를 발사했다고 보는 견해가 다수다. 이에 따르면 7번째 미사일 발사는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어 보인다. 연료주입 등 단순 절차상 문제 때문에 7번째 미사일 발사가 늦춰졌을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포동 2호가 실패했을 경우라면 국제사회의 관심을 분산시키기 위한 포석으로 7번째 미사일을 발사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이날 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발언을 보면 기술적 측면의 분석은 차치하고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가해 올 압력에 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출한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일본은 여전히 신중= 일본은 대포동 2호의 발사를 두고 일단 실패쪽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郞) 방위청 장관은 "동해에 떨어진 '대포동 2호'에 대해 실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는 하지만 "성공, 실패를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의견을 내놓는 전문가가 적지 않다. 미국을 필요 이상으로 자극하지 않기 위해 일부러 사정을 줄여 동해에 떨어뜨렸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대포동 2호를 비롯한 미사일 7기의 탄착지점이 모두 러시아 쪽 동해였다는 점으로 미뤄 미사일 발사에 따른 한.미.일의 반발을 다소나마 누그러 뜨리려 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일본 방위청 간부는 "낙하지점을 일정한 지역에 집중시킨 능력은 큰 위협"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북한이 '일출전'에 발사를 시작한 것은 야간 발사능력을 과시해 위협효과를 높이려는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미야자와 마사후미(宮澤政文) 전 시즈오카(靜岡)현립대학 공학부 교수는 "연료난을 겪고 있는 북한이 처음부터 연료를 10 ̄20%밖에 넣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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