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영화] 황새치 간덩이 부었네…사랑에 빠져 상어와 맞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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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김형준.박명수.임채무.권희덕(목소리)
장르:애니메이션
등급:전체
홈페이지:www.pistorymovie.com

20자평:어른들에겐 지루하겠고, 애들에겐 어떨는지.

여름방학이 다가오고 있다. 올 여름에도 변함없이 어린이들을 겨냥한 방학용 애니메이션이 여럿 준비돼 있다. 그 첫 번째 테이프를 끊은 것이 물고기들을 주인공으로 한 '파이 스토리'(6일 개봉)다.

미국 동부 보스턴 앞바다에 살던 황새치 소년 파이는 그물에 엄마.아빠를 잃고 캐리비안 바다에 사는 이모 펄을 찾아간다. 그럭저럭 캐리비안의 생활에 적응해 가던 중 파이는 수퍼모델 물고기 코딜리아를 만나 한눈에 반한다. 그러나 코딜리아 곁에는 깡패 같은 상어 트로이가 버티고 있다. 트로이는 파이의 목숨을 담보로 코딜리아를 위협하고, 코딜리아는 파이를 구하기 위해 트로이와 결혼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다. 그러자 파이는 무모하게도 트로이에게 도전장을 내밀고 거북이 네리사에게 특별 훈련을 받는다.

물고기들이 활약하는 바다 속 이야기라는 점에서 '파이 스토리'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니모를 찾아서'(2003년)와 많이 닮았다. 그러나 '니모를…'와 견줄 만한 이야기의 힘은 갖추지 못했다. 어린이 애니메이션은 종종 어린이와 함께 극장에 간 어른의 인내심을 시험할 때가 있는데 이 영화가 바로 그렇다. 평면적이고 단순한 이야기는 유치원생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에는 맞을지 몰라도 어른들에겐 아무래도 무리다. 한국과 미국의 애니메이션 업체들이 합작으로 만들었다 하나 양쪽의 장점을 충분히 살리지 못한 듯하다. 그림의 입체감은 그런대로 무난한 편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개그맨 박명수(트로이 역)와 중견 탤런트 임채무(네리사 역)의 맛깔스러운 목소리 연기다. 이들의 톡톡 튀는 목소리는 곳곳에서 관객의 웃음을 자아내며 영화가 지나치게 단조로워지지 않도록 중요한 역할을 한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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