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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환율·국제유가 상승까지...'기름값 삼중高'에 1700원 시대 온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11월 정부가 한시적으로 도입한 유루세 인하 환원이 오는 9월 1일 종료된다. [사진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정부가 한시적으로 도입한 유루세 인하 환원이 오는 9월 1일 종료된다. [사진 연합뉴스]

흔히 '츄레라'라고 부르는 컨테이너 운송 트레일러 기사 최정민(44)씨는 요즘 고민이 크다. 새 차를 2억여원에 6년 할부로 구매한 지 7개월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기름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어서다. 최씨가 하루에 주행하는 서산-부산 왕복 거리만 해도 920km. 일주일 중 5일을 운행하는 최씨의 한 달 주행거리는 1만 8400km에 이른다.

최씨는 "신차 6년 할부 구입은 업계에서 아주 일반적인 방식인데도 최근 기름값이 너무 올라 손에 쥐는 돈이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며 "주변 동료 중 업을 접는다는 사람도 있고 업종 변경을 심각하게 고민하는 이들도 많다"고 말했다.

거의 2만여 km를 주행해 최씨가 벌어들이는 한 달 매출액은 1600만원 선. 신차 할부대금으로 320여만원을 내고 매출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경유 주유비 약 800만원을 빼면 실제로 최씨가 손에 쥐는 돈은 250여만이 채 안 된다. 지난 2월 경유가격이 최저점(1L당 1338원)이었을 당시 최씨가 한 달에 주유비로 쓴 금액은 758만 800원이었다. 그러나 9일 기준 가격(1L당 1474원)으로 같은 양을 주유하면 858만 1760원을 써야 한다. 순수입이 100여만원이나 줄어드는 셈이다.

최근 기름값 상승세에 업계에서마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한시적으로 도입한 유류세 인하 환원과 국제유가 상승, 환율급등이 맞물려 기름값 삼중고(高)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기름값이 하늘을 찔렀던 지난해 10월의 휘발유 1L당 1700원대 시대로 복귀가 머지않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7일부터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경유 가격이 일제히 올랐다. 정부가 지난해 11월 한시적으로 도입한 유류세 인하가 15%에서 7%로 축소됐기 때문이다. 실제 주유소가 기름값을 올린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상승효과가 났다. 9일 서울의 휘발유 평균 가격은 1608원으로 인하 폭 축소 전날(6일·1565원)보다 43원 올랐다. 경유 가격도 같은 기간 1443원에서 1474원으로 31원 올랐다.

유류세 인하 환원과 국제유가·환율상승이 한꺼번에 밀려와 기름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유류세 인하율 축소 시 유가 인상 폭 그래픽 이미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유류세 인하 환원과 국제유가·환율상승이 한꺼번에 밀려와 기름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유류세 인하율 축소 시 유가 인상 폭 그래픽 이미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국제유가 변동도 기름값을 끌어올리고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에 대한 원유 수출을 원천 봉쇄해 국제유가 화살표가 위로 향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정부가 유류세 인하를 시행할 당시부터 꾸준히 떨어진 국제유가는 올해 1월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51.86달러로 최저가격을 찍고 꾸준히 올라 지금은 69~70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 가격이 실제 도로 주유소에 반영되는 시기는 2~3주 정도인데 아직 100원 정도는 더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유류세 인하 환원에 따른 가격 상승에 국제유가 상승분 반영 시점이 맞물리면서 휘발유 가격이 적어도 120원 정도는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기름값에 허리가 휠 지경이지만 환율마저 기름값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국내 주유소의 기름가격은 싱가포르의 휘발유·경유 가격에 기초한다. 거래가 가장 활발해 싱가포르 시장 가격은 아시아지역의 기준 가격이 된다. 날마다 정해지는 싱가포르 기준 가격은 달러로 책정되는데, 원화가치가 떨어지면 국내 주유소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원달러 환율은 지난 2월 26일 최저점 1118.50원을 찍고 현재까지 꾸준히 오름세다. 환율 상승은 원화가치 하락을 뜻한다. 4월 중순부터 가파르게 오르면서 9일 현재 1179.50원으로 연중 첫 1180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박영훈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주 우리나라에 도입된 유가는 배럴당 72.8달러로, 비싼 기름이 탱크에 들어갔다가 정제과정을 거쳐 실제 주유소에 배송되는 시점까지는 한 달 정도의 틈이 있다"며 "6월 말까지는 기름값이 더 오를 여력이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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