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초 다 쓰는 지연공격이 대어 낚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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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한국여자국가대표팀이 소련과 대결한 것은 지난 67년 체코세계선수권 이래 7번째.
그 동안 번번이 맥을 못 추고 무너지다 22년만에 비로소 홈 코트에서 첫 승리의 개가를 올렸다. 50년대이래 세계 최강으로 군림, 무패를 기록하던 소련은 80년대 들어 하향곡선을 그려 나갔다. 이는 76년 몬트리올올림픽부터 여자농구가 정식종목으로 채택, 미국의 세찬 도전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한국은 서울올림픽에서 소련에 69-66으로 아깝게 패한 바 있어 이번 결과를 전혀 의외라고 할 수는 없다. 소련은 올림픽 후 12명중 7명을 신진으로 교체하는 등 세대교체기에 있다.
소련은 한국과 같이 지난 5월 팀을 구성, 유럽선수권대회에 출전(우승)한 후 2주간의 휴식을 갖고 이번 대회에 대비해서는 4일간의 전술훈련만 했을 뿐 충분한 준비는 갖추지 못했다는 「유게니·고멜스키」감독(서울올림픽 당시 코치)의 설명.
그러나 「고펠스키」감독은 30초를 최대로 이용하는 딜레이 플레이(지공)와 속공을 교묘히 구사한 한국팀의 전략과 최경희 선수의 장거리포가 소련을 능가한 승인이었다고 솔직히 시인했다.
지난 85년 미국 세계 청소년선수권대회 예선에서 소련을 한 차례 이길 때도 사령탑을 맡았던 김동욱 코치는 『소련이 첫날 한-일전을 보고 부진한 한국에 대해 방심한 것 같다』고 겸손해 하면서 『수비에선 외곽 슛은 허용하더라도 골 밑 방어에 승부를 걸고 공격에선 속공과 지공을 경비한 것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김 코치는 이제 전력이 드러나 2차 리그에선 더 어려운 싸움을 예상하지만 선수들이 팀 구성 2개월만의 첫 공식대회에서 대어를 낚아 자신감을 갖게된 것이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소련과의 경기에서 리바운드에서는 37-26으로 크게 뒤졌으나 야투 율에서는 78%-51%로 크게 앞섰으며 3점 슛은 20개중 8개(40%)를 성공시킨 반면 소련은 10개 중 단2개를 넣었을 뿐이다. <이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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