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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실리콘밸리, 판교]2017년 판교단지 달린다던 자율주행차 아직 ‘0’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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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쓰레기만 뒹구는 제2판교 자율주행단지

판교 제2테크노밸리 홍보관 뒤편. 자율주행차 연구소와 관제센터 등이 모인 곳이지만, 쓰레기가 뒹구는 황량한 모습이다. 뒤에 보이는 컨테이너 박스가 제로셔틀을 연구·관리하는 부스다. 판교=김정민 기자

판교 제2테크노밸리 홍보관 뒤편. 자율주행차 연구소와 관제센터 등이 모인 곳이지만, 쓰레기가 뒹구는 황량한 모습이다. 뒤에 보이는 컨테이너 박스가 제로셔틀을 연구·관리하는 부스다. 판교=김정민 기자

 지난달 30일 경기 성남시 판교 제2테크노밸리 홍보관 뒤편. 듬성듬성 풀이 나 있는 공터의 첫 인상은 황량했다. 이곳저곳 무질서하게 쌓여 있는 공사 장비 틈 사이로 다 마시고 난 음료 캔, 페트병 등 쓰레기가 눈에 띄었다. 차고지엔 지난해 9월 시범 운행을 시작한 자율주행차 ‘제로셔틀’(11인승 미니버스) 두 대가 갈 길을 찾지 못한 채 서 있었다.

남경필 지사 때 약속한 실증단지 #공사 늦어져 도로부지는 잡초밭 #시범버스 2대도 창고서 뽀얀 먼지 #미국선 자율주행 택시 거리 누벼

 이곳은 경기도가 2015년 말부터 ‘자율주행차 실증단지’로 조성하기 시작한 지역이다. 현재까지 투입된 세금은 493억원이다. 당초 계획대로 였다면 지금쯤 글로벌 정보기술(IT)·자동차 회사들이 개발한 자율주행차가 질주하는 ‘테스트 타운’이 돼 있어야 했다. 하지만 제로셔틀을 연구·개발한 KT와 SD시스템의 비좁은 임시 컨테이너 사무실 외엔 자율주행차 관련 시설은 눈에 띄지 않았다. 주행 중인 자율주행 차량도 없었다.

판교 제2테크노밸리 홍보관 뒤 제로셔틀 차고지. 차고지 주위로 직원 11명이 출퇴근 중인 KT와 SD시스템의 임시 부스, 실증단지 구축사업 감리단 부스 등 4개 컨테이너가 있다. 판교=김정민 기자

판교 제2테크노밸리 홍보관 뒤 제로셔틀 차고지. 차고지 주위로 직원 11명이 출퇴근 중인 KT와 SD시스템의 임시 부스, 실증단지 구축사업 감리단 부스 등 4개 컨테이너가 있다. 판교=김정민 기자

마스다르 시티 같은 자율차 메카 꿈꿨지만

지난달 25일, 판교 제2테크노밸리 홍보관 뒤편 차고지에 갇혀 있는 제로셔틀 2대. 판교=김정민 기자

지난달 25일, 판교 제2테크노밸리 홍보관 뒤편 차고지에 갇혀 있는 제로셔틀 2대. 판교=김정민 기자

 판교 자율주행차 단지의 시작은 화려했다. 2015년 말 남경필 당시 경기도지사 주도로 ‘판교 제로시티’라는 이름의 자율주행차 테스트타운 조성 사업이 시작됐다. 총 면적 43만402㎡ 규모 부지에 자율주행차와 일반 차량이 함께 다니는 도로까지 마련한다는 계획이었다. 남 전 지사는 자율주행차 메카로 알려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의 마스다르 시티를 직접 방문할 정도로 열의를 보였다.

 관련 내용을 다룬 중앙일보 보도(2015년 12월 22일 B1면)엔 “기초적인 인프라가 갖춰지는 2017년이면 제2판교가 세계적인 자율주행차 ‘테스트 타운’이 될 것이다. 제2판교 내 사무실 밀집지역과 공공시설·쇼핑센터·주차장 등을 오가는 택시 형태로 자율주행차를 운행할 계획이다. 이 차량에 탑승 후 가고자 하는 곳을 입력하면 바로 목적지까지 탑승객을 데려다준다”는 정부 관계자의 전망도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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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3년이 넘게 지난 현재 판교밸리에 다니는 자율주행차는 여전히 0대다. 차일피일 공사가 지연됐기 때문이다. 계획대로라면 1단지는 지난해 6월, 2단지는 올해 12월에 완공돼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1단지는 다음 달에 본격 가동하고 2단지는 2021년께 완공하는 것으로 미뤄졌다. 이동 수요가 많은 신분당선 판교역~카카오·넥슨 등 주요 업무지역~제2판교 입구까지 5.5㎞를 정기적으로 달릴 예정이었던 ‘제로 셔틀’도 40여차례 시험 운행 뒤 현재 멈춘 상태다. 지난 1월엔 보수작업 때문에, 3~4월엔 임시관제센터가 제2테크노밸리 홍보관 1층에서 경기기업성장센터 9층으로 이전하는 작업 때문에 운행하지 않았다.

보상 꼬여 공사 차일피일…정권 바람 의혹도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공사가 지연되는 이유에 대해 경기도청 측은 산업단지 조성이 늦어졌기 때문이라고 해명한다. 실증단지는 산업단지 조성과 함께 진행된다. 산업단지가 지어져야 실증단지의 핵심시설인 자율주행차 주행 도로를 설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차 도로엔 차량-사물간(V2XㆍVehicle to Everything) 통신을 위한 각종 기반시설이 함께 들어간다. 이 기반시설이 있어야 자율주행차가 일반 차량과 함께 다닐 수 있다. 그런데 산업단지 조성 계획이 토지보상 등의 문제로 오랜 시간 지연되면서 실증단지 조성계획도 함께 미뤄졌다는 것이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1단지는 토지 소유주가 한국도로공사여서 한 번에 협의가 가능했고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2단지 쪽은 토지 소유주가 민간인이고 소유자도 여러 명이어서 각자 의견도 많고 요구사항도 많아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일각에선 사업이 시작된 이후 정권이 교체되고 도지사와 시장이 바뀌면서 실증단지가 우선 순위에서 밀린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경기도청 관계자는 “정치적 영향은 전혀 없다”며 “제로셔틀은 이달 말부터 운행을 재개할 것이고, 2단지도 연기된 계획에 따라 조성해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에선 벌써 자율주행 택시까지

지난해 12월 5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세계 첫 자율주행 상용서비스를 개시한 웨이모 차량. [AP=연합뉴스]

지난해 12월 5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세계 첫 자율주행 상용서비스를 개시한 웨이모 차량. [AP=연합뉴스]

 이유야 어찌됐든 차일피일 국내에선 공사가 지연되는 사이 글로벌 자율주행차 업체들은 자유로운 개발환경 속에서 쾌속 질주를 이어나가고 있다. 구글의 자율주행 자회사인 웨이모는 지난해 12월 미국 애리조나 피닉스에서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 ‘웨이모 원’을 상용화했다. 테슬라는 내년에 자율주행차량을 이용하는 ‘로보택시(Robotaxi)’를 선보이려 하고 있다.

 일본은 2016년에 이미 이바라키현의 일본자동차연구소(JARI)내 15만㎡ 규모 테스트 주행 도로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한 자율주행차 업체 관계자는 “자율주행차 개발엔 실제 도로 주행 테스트와 회사가 만든 시뮬레이터 테스트 두 개가 다 필요한데, 국내에선 실제 도로 주행이 여의치 않아서 시뮬레이터 테스트만 주로 하는 상황”이라며 “실제 도로 주행 연습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빨리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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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들은 안 그래도 규제 때문에 국내 자율주행차 개발이 뒤처졌는데 기존에 만들기로 한 것조차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임주환 한국정보통신산업연구원장의 말이다. “국내 자율주행차 개발은 규제 때문에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판교에 자율주행 단지라는 특수한 환경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이미 너무 늦었다. 지금은 시내에서 일반 차량과 함께 자율주행차가 달려야 할 시점이다. 미국은 벌써 실제 교통상황에서 자율주행차들이 달리며 학습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2015년에 했어야 할 걸 2020년에나 한다는 게 말이 안된다”는 주장이다.

 정광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적어도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기술 혁신은 정권이나 정부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꾸준히 정책 일관성이 유지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판교=박민제·김정민 기자 letmein@joongang.co.kr

 [판교 소식] 크래프톤, 8일까지 하계인턴모집

베틀그라운드 개발사인 크래프톤이 2019년 하계 인턴사원을 모집한다. 모집분야는 게임디자인, 클라이언트ㆍ서버ㆍ플랫폼 프로그래밍, 제작관리, 경영 등 8개 분야다. 지원자는 8일 오후 6시까지 크래프톤과 펍지 채용 홈페이지에서 온라인으로 지원하면 된다. 최종합격자는 오는 7월 1일부터 총 8주간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가한다. 채용 연계형과 체험형으로 나눠지며 채용 연계형 인턴십 이수자는 업무역량 평가를 통해 향후 정규직 전환의 기회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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