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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규 “임금 없는 성장이 오류? 보수 정부도 정책에 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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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그래픽=김현서 기자 kim.hyeonse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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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규 靑 기획관, '임금 없는 성장' 반박 논문에 재반박 

박종규 청와대 재정기획관. [사진 한국재정학회]

박종규 청와대 재정기획관. [사진 한국재정학회]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소주성) 정책의 이론적 근거가 된 '임금 없는 성장론'에 대한 반박 논문을 소개한 본지 보도(중앙일보 5월 2일 6면) 직후 박종규 청와대 재정기획관(사진)과 연락이 닿았다. 그는 '임금 없는 성장론'을 2013년 처음으로 제시한 학자다. 박 기획관은 반박 논문을 기사로 접한 뒤 지난 1일 늦은 오후 전화 인터뷰를 통해 몇 가지 반론을 제시했다.

박정수 교수 반박에 재반박 #“박근혜 정부 기업소득 환류 세제 #생산 늘어난 만큼 임금 인상 유도” #김광두는 박 교수 논문 옹호 #“선한 의지가 불행한 결과 초래”

해당 반박 논문은 박정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가 최근 학술지 『한국경제포럼』에 발표한 것이다. 이 논문에는 "실질 임금상승률이 취업자 1인당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보다 낮았다는 (박종규·장하성·홍장표 등) 기존 문헌 주장은 '해석상 오류'에서 출발했다"며 "오류를 교정하면 GDP 증가율과 임금 증가율은 크게 다르지 않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소득주도 성장의 핵심 전제에 오류가 있으므로 이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게 박 교수의 제언이다.

박정수 "물가지수 적용 오류…성장률보다 임금 증가 낮은 건 '착시'" 

박 교수는 GDP와 임금 증가율 간 관계를 분석할 때는 '명목' 기준인 명목임금과 취업자 1인당 명목 GDP를 비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물가를 반영한 '실질' 기준으로 비교하려면 이를 나누는 잣대를 똑같이 맞추는 게 타당하다고 봤다. 그러나 기존 문헌에선 GDP는 '생산물 기준 물가지수'로, 명목 임금은 '소비자물가지수'라는 다른 잣대로 나눠 비교하다 보니 '착시현상'이 생겼다는 게 박 교수의 주장이다. 2005년 이후 '소비자물가지수'가 '생산물 기준 물가지수'보다 더 빨리 올랐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물가지수를 하나로 통일해 오류를 제거하면 취업자 1인당 GDP 증가율과 임금 증가율은 별다른 괴리를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24일 서강대학교에서 열린 '서강학파가 본 한국경제 현 상황에 대한 진단과 전망' 세미나에서 박정수 교수가 소득주도성장론이 한국경제에 주는 시사점에 대하여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서강대학교에서 열린 '서강학파가 본 한국경제 현 상황에 대한 진단과 전망' 세미나에서 박정수 교수가 소득주도성장론이 한국경제에 주는 시사점에 대하여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종규 "물가지수는 연구자 선택…보수도 기업소득 환류 정책 펴"

이에 대해 박 기획관은 과거 연구 과정에서 오류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어떤 물가지수를 적용해 (GDP와 임금 증가율 간 관계를) 분석하느냐는 연구자가 선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박 교수 연구에서) 물가지수를 똑같이 맞추기 위해 명목 임금을 '생산물 기준 물가지수'로 나눠 실질 지표를 구하는 방식은 어색하다"고 반론을 폈다. 실질 임금은 노동자가 소비재를 얼마나 살 수 있는지를 살펴보기 위한 '구매력 지표'인데, 기계장치·원재료까지 포함한 모든 생산물 기준 물가지표로 나눠 분석하는 사례는 드물다는 의미다.

박 기획관은 또 '임금 없는 성장'은 보수 정부에서도 받아들여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 기업 소득을 가계로 이전하기 위한 '기업소득 환류 세제(임금·배당·투자 등에 쓰는 기업 소득에 세제 혜택을 주는 제도)' 정책을 대표 사례로 들었다. 그는 "생산성이 늘어난 만큼 임금을 올리자는 것이지, 무조건 임금을 올리자는 주장을 한 게 아니다"라며 "금융위기 이후 기업 저축률이 오르는 상황에서 투자·내수 부진, 청년 실업, 가계부채 급증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현상을 종합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경제학계에선 박 교수 논문 발표 이후 '임금 없는 성장'이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전 분기 대비 -0.3%)를 기록하다 보니, 기존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활발하게 제기되고 있다.

문 대통령의 '경제 브레인'으로 알려진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전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선한 의지'가 역설적으로 '불행한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을 박 교수 논문으로 해석할 수 있게 됐다"며 '임금 없는 성장론'에 비판적 견해를 내비쳤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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