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솔새는 대외비" 누가 했나|국감 자료 유철 시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교원 노조 파문이 확산되는 가운데 야당 의원들에게 제출된 「대외비」국감 자료가 전교조 전국지부 사무실에서 발견돼 또 다른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민정당은 이를 야당-재야간 커넥션을 통한 고의적인 누출이라고 규정하고 국회 차원의 진상규명·관련자 징계를 요구하고 나섰고 검찰 등 사법 당국은 국회 의원 및 보좌관에 대한 수사 방침을 정했다.
이에 야당측은 『전교조 활동에 공감을 표시한 야당 의원들을 정치적으로 탄압하는 것』 이며 『서 의원 사건의 파장 속에서 또 한번 야당의 숨통을 죄려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나서 이 사건은 국회의원과 보좌관의 자질, 자료 관리의 문제와 함께 또 하나의 정치쟁점으로 번질 기세를 보이고 있다.
○…경찰은 조사 결과 ▲자료 누출은 경기·인천·충북·전북·경남 등 전교조 적국조직에서 확인되고 있으며▲자료는 박석무(평민) ·강삼재 (민주)·이철(무소속)의원 등 국회문공위소속 의원 3명의 요구에 의해 제출됐던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민정당은 자료 누출이 이같이 조직적이고 전국적인 규모이고 대외비로 표시된 자료가 봉투 째 발견된 사례도 있어 이는 의원이나 보좌관이 모종의 의도를 가지고 고의적으로 유출시킨 것으로 보고있다.
지난 5월 이철 의원의 보좌관과 조윤형 의원 (평민) 비서관이 국회 국방위 보고 자료를 재야 단체인 국제 평화 연구소에 넘겨준 사건의 연장선상에서 이번 사건도 국가 안보 문제와 연결된「잠복성」위험 요소를 내포하고있다는 주장이다.
민정당은 『서 의원 사건에서 보듯 국회 내에 불순 세력이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 속에서 이 같은 「자료 유출 커넥션」은 좌익 세력 뿐 만 아니라 북한에까지 끈이 닿을 우려가 있다』고 몰아붙이고 있다.
○…야당측은 민정당의 공세를 일단 「공안 정국 분위기를 이용한 야당탄압」이라고 비난하면서도 실제로 의원들이 자료유출에 관련된 책임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선 조심스런 접근을 하고 있다.
특히 평민당은 민정당에 의해 세 의원 중 가장 관련 정도가 깊은 것으로 지목된 박 의원이 최소한 간접적인 책임을 시인하는 증언을 하자 사태 분석에 보다 신중한 태도다.
박 의원은 13일 오후 대구에서 장영달 부 대변인과의 전화 통화를 통해 『국정 감사 당시 제출받은 자료를 정리할 때 워낙 분량이 많아 당시 전교협 소속 일부교사들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며 『이 과정에서 자료가 유출됐는지의 여부를 조사해 보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평민·민주당은 교육감이 작성한 「85년 이후 연도별 장학관·교육 연구관·초중등 교장 및 교감 승진 후보자 명단」이 뇌물·청탁에 의한 승진을 배제하기 위해서도 마땅히 공개되어야 하는 것이며 이를 행정부가 자의적으로 대외비로 분류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
평민· 민주당은 또 국회에 제출되는 자료는 요구 의원 뿐 만 아니라 여야 의원 모두에게 배포되므로 반드시 자료 요구 의원이 유출에 책임이 있다는 속단은 무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야의 공방전과 함께 수사당국은 곧 관련자 소환 등 본격적인 「칼」을 뽑을 태세여서 국감 자료 유출 사건은 수사 진전 여하에 따라선 하한 정국의 또 하나 변수가 될 소지도 있다.
○…이번 자료 유출 사건은 국회 내에 좌경 침투 커넥션이 실재하는지 여부에 대한 의혹과 함께 국회 자료 관리 및 의원 자질상의 문제점을 노출시키고 있다.
현행 국정 감사 및 조사법 제14조는 의원 및 사무 보조자는 감사 또는 조사를 통해 알게된 비밀을 정당한 사유 없이 누설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 이를 위반했을 때에는 국회법에 따라 징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의 신분으로 얻은 자료를 유출시켰다면 공인으로서의 도덕성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특히 그중 개인 신상에 관한 일부 대외비 자료의 유출을 통한 공개는 더욱 그런 문제를 드러내고있다.
또 하나는 정부측의 눈치보기식 자료제출이다.
국회법 1백21조는 『본 회의와 위원회는 그 의결로 안건의 심의 또는 국정감사나 국정조사와 직접 관련된 보고나 서류의 제출을 정부· 행정기관에 대해 요구할 수 있다』고 못박아 감사에 필요한 자료 요구는 반드시 위원회 의결을 거치도록 되어 있음에도 불구, 행정기관이「야대」의 위세에 눌려 의원 개인의 요구자료도 순순히 내 준게 현실이었다.
이 같은 행정부의 저자세가 문제되자 국무 총리실이 뒤늦게 국회 요구 자료 제출에 관한 내부지침을 마련하는 등 규제를 하겠다고 나섰지만 사후약방문격이다.
정부 수주공사의 내정가를 내놓으라는 등 이권과 관련 혐의가 있는 엉뚱한 자료 요구들도 있었음을 감안할 때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회의 자료 요구와 관리에 명백한 기준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 <김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