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권은희 의원의 공수처법안을 전격 수용하면서 국민의당계 온건파 끌어안기에 나섰다.
김 원내대표는 29일 선거법, 공수처법, 검경수사권 조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협상을 재개하는 전제 조건으로, 25일 사법개혁특위에서 사보임된 권은희 의원이 신규 발의한 공수처법안을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25일 여야 4당이 합의해 발의한 공수처법과 권 의원이 발의한 법을 모두 패스트트랙에 올린 뒤 병합심사하겠다는 것으로, 사실상 권 의원을 사개특위에 원대복귀시키는 수준의 절충안이다.
이에 따라 권 의원은 사보임 직후 불참이 예상됐던 최고위 회의에도 복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는 손학규 대표와 김 원내대표만 참석했다. 정책위의장인 권 의원과 최고위를 보이콧하고 있는 바른정당계가 불참한 가운데, 26일 사보임 논란이 불거진 후 원내대변인직을 사퇴한 김수민 청년최고위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나 손 대표는 최고위 회의 직후 “오늘 회의 전에 권 의원과 김 의원을 만나 긴급회의를 열었는데, 권 의원이 김 의원을 포함한 몇 분과 좀 더 얘기할 게 있다고 해서 회의에 오지 않았다”며 “두 사람은 앞으로 최고위에 참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의 이 같은 절충안 제시는 오신환·권은희 의원에 대한 연속 사보임에 대해 당내 반발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당내 여론이 더 악화되면 패스트트랙 동력 자체가 상실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지된다.
이날 최고위 직전 김 원내대표와 손 대표는 권 의원과 김 의원을 포함, 25일 사보임에 반대하며 수석대변인직을 내려놓은 김삼화 의원과 김동철·김성식·박주선·이찬열·채이배·임재훈 의원 등 국민의당계와 긴급 회의를 열었다. 회의에서 김 원내대표는 강제 사보임 파동에 대해 “송구스럽다”면서도, 결정된 당의 입장은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주선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나는 공수처 설치에 반대 입장이지만, 한국당처럼 무조건 반대만 할 순 없지 않느냐. 당의 입장을 가지고 본회의 상정 전까지 협상을 하면 된다는 입장이고 거기에 김동철·김성식 의원도 동의했다”고 말했다.
반면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바른정당계를 포함한 반대파에 대해선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신환 의원과도 많은 대화를 했지만, 원대복귀 주장을 계속하고 반대의사가 분명해 원내대표로서 부득이 한 상황”며 “권 의원과는 사정이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손 대표는 바른정당계 최고위원들이 최고위를 보이콧하는 데 대해 “패스트트랙이 어느정도 가닥이 잡히고 나면 지명직 최고위원을 임명해 당무를 정상적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른정당계는 즉각 반발했다. 오신환 의원은 이날 오전 유승민 의원 등 바른정당계와 회의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어 “(권 의원이 새로 발의한 법에) 동의하거나 양해한 적이 한 번도 없는데, 거짓말로 동료의원을 무시하고 있다. 지금의 극단적 국회 대치와 의회민주주의 말살 책임은 김 원내대표가 져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