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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m96㎝ 김신욱이 솟구쳐 오르면 전북이 이긴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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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김신욱(왼쪽)의 도움을 받은 한승규(가운데)가 결승골을 터뜨린 뒤 환호하고 있다. [뉴스1]

김신욱(왼쪽)의 도움을 받은 한승규(가운데)가 결승골을 터뜨린 뒤 환호하고 있다. [뉴스1]

전광판 시계도 멈춘 후반 52분. 선수들과 관중 모두 심판의 종료 휘슬을 기다리던 그 순간, 기적이 일어났다. FC 서울 위험지역 오른쪽 측면에서 넘어온 볼을 전북 현대의 1m96㎝ 장신 공격수 김신욱(31)이 정면에서 솟구쳐 올라 머리로 떨궜다. 이 볼을 미드필더 한승규(23)가 받아 왼발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득점을 알리는 축포와 팬들의 뜨거운 환호. 짜릿한 극장골로 승리를 거머쥔 전북 선수들과 1만5000여 축구팬의 함성이 그라운드를 가득 메웠다.

K리그1 FC서울에 2-1 승리 #후반 52분 헤딩으로 결정적 도움 #올 시즌 4골로 득점 공동선두 #전북-서울 ‘전설매치’에 팬들 열광

올 시즌 처음 열린 프로축구 ‘전설매치(전북과 서울의 라이벌 전)’에서 전북이 웃었다. 전북은 2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9라운드 서울과의 홈 경기에서 2-1로 승리했다. 정규리그 8경기에서 5승2무1패로 서울과 나란히 승점 17점을 기록 중이던 전북은 라이벌 전에서 값진 승점 3점을 추가하며 올 시즌 K리그1 구단 중 가장 먼저 승점 20점 고지에 올랐다. 4연승의 상승세와 함께 단독 선두도 지켰다.

세 골 모두 드라마였다. 전반 45분 전북 미드필더 이승기(31)가 선제골을 터뜨리자 서울은 후반 44분 ‘세르비아 특급’ 페시치(27)가 동점골로 맞받아쳤다. 무승부로 끝날 것 같던 후반 52분에 한승규의 결승 골이 나왔다.

전북 승리의 일등공신은 장신 공격수 김신욱이었다. 서울에게 1-1 동점을 허용한 이후에도 포기하지 않고 서울 위험지역 한복판을 파고들더니 후반 종료 직전 기어이 결정적인 어시스트로 드라마 같은 승리를 이끌어냈다. 서울이 밀집 대형으로 맞섰지만, 김신욱의 높이와 정확한 패스를 막아내지 못했다.

김신욱은 후반 19분 이동국(40)을 대신해 교체 투입된 이후 줄곧 서울 수비수들과 육탄전을 방불케하는 거친 몸싸움을 이어갔다. 유니폼을 잡아채이고 밀려 넘어지며 연신 그라운드에 나뒹굴면서도 상대 위험지역 한복판에 자리를 잡고 버텼다.

올 시즌 4골을 터뜨린 김신욱은 배기종(경남), 김진혁(대구), 페시치 등과 함께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다. 지난 24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G조 조별리그 4차전에서도 우라와 레즈(일본)를 상대로 득점포를 터뜨려 2-1 승리를 이끄는 등 승부처마다 제 몫을 해낸다.

도움을 기록한 건 이날 서울 전이 처음이다. 상대 수비진의 집중 견제에 막혀 좀처럼 슈팅 찬스를 잡지 못하자 동료 선수의 득점을 돕는 쪽으로 전략을 바꾼 게 주효했다. 조제 모라이스 전북 감독은 김신욱에 대해 “전북의 공격 전술에서 없어서는 안 될 옵션”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서 ‘공격 패턴이 단조로운 골잡이’라는 비난을 받으며 마음 고생을 했지만, 김신욱은 좌절하지 않았다. 파울루 벤투(50·포르투갈) 감독 부임 이후 축구대표팀의 부름을 받지 못했지만, 소속팀에서 차근차근 득점을 추가하며 새로운 기회를 모색 중이다.

김신욱이 이끌어낸 극장골과 함께 ‘전설매치’가 K리그의 새로운 흥행카드로 주목 받았다. ‘전설매치’는 최강희 전 전북 감독과 최용수 서울 감독이 의기투합해 만든 신흥 라이벌전이다. 공격 지향적인 두 감독이 만날 때마다 치열한 공방전을 펼친 덕분에 서울-수원이 맞붙는 K리그 수퍼매치 못지 않은 히트 상품으로 성장했다.

최강희 감독이 떠나고 모라이스 감독이 전북 지휘봉을 잡은 이후에도 90분 내내 치고 받는 화려한 공격 축구는 변함이 없다. 최용수 서울 감독은 전반 33분 미드필더 알리바예프(우즈베키스탄)가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 당해 한 명이 모자란 상황에서도 시종일관 “공격 앞으로”를 외쳤다.

한편 최순호 감독 사퇴와 함께 김기동 신임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포항 스틸러스는 지난 26일 수원 삼성과의 홈 경기에서 1-0으로 승리하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올 시즌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대구 FC는 강원 FC와의 원정경기에서 2-0으로 완승을 거둬 4위로 뛰어올랐다. 임중용 감독대행 체제로 운영 중인 인천 유나이티드는 성남 FC와 0-0으로 비겨 탈꼴찌에 성공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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