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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동 걸린 수출…SK하이닉스·LG화학 줄줄이 어닝쇼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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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한국 경제를 이끌어온 수출기업이 줄줄이 고꾸라지고 있다. 반도체 ‘수퍼 사이클(초호황)’이 끝나면서 착시효과가 사라진 데다 중국기업 부진으로 반사효과를 보고 있는 조선 등을 제외하면 반도체·자동차·석유화학 등 주력 수출산업의 실적이 동시에 나빠졌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 영업익 3분의 1로 #LG화학, 배터리 부진탓 58% 줄어 #실적 반등 성공한 현대·기아차 #중국시장 회복 더뎌 전망 불투명

삼성전자는 올 1분기 '어닝쇼크' 급의 성적표를 기록했다. 반도체 '수퍼 사이클'이 끝나면서 최근 수년과 같은 호실적을 기록하긴 어려울 거란 전망이 나온다. 사진은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반도체 라인의 내부 모습.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올 1분기 '어닝쇼크' 급의 성적표를 기록했다. 반도체 '수퍼 사이클'이 끝나면서 최근 수년과 같은 호실적을 기록하긴 어려울 거란 전망이 나온다. 사진은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반도체 라인의 내부 모습. [사진 삼성전자]

대표선수인 삼성전자는 올 1분기(1~3월) 잠정 영업이익(6조200억원)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60%나 줄었다.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4조2000억원 추산) 역시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SK하이닉스도 1분기 매출액(6조7727억원)이 전년 동기보다 22.3% 감소했고, 영업이익(1조3665억원)은 68.7%나 하락했다. 전 분기와 비교하면 영업이익은 3분의 1이나 감소했다.

잘나가던 석유·화학업체도 흔들리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1분기 영업이익(3311억원)이 지난해 같은 기간의 절반으로 떨어졌다. 산유국 감산과 미국의 이란 제재 등으로 석유·화학 제품의 수익률이 떨어진 게 실적 하락의 원인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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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먹거리로 기대를 걸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사업도 아직 신통치 않다. 1분기 869억원 영업손실로 지난해 4분기(1107억원)에 비하면 손실 규모를 줄인 게 그나마 위안이다. 지난 2월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착공 등 설비투자를 진행 중이어서 납품이 본격화하는 2021년 이후 손익분기점(BEP) 달성이 가능할 것이란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국내 전기차 배터리 1위 기업인 LG화학도 배터리 분야 실적악화로 영업이익이 2754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6508억원)보다 57.7%나 줄었다. LG화학 역시 전기차 배터리 수주잔고가 110조원(3월말 기준)에 달해 하반기 이후 손익분기점을 맞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분기 석유화학 분야 시황 악화와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로 인한 가동 중단 등을 겪은 LG화학은 실망스런 실적을 기록했다.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도 아직은 수익을 내지 못한다. 사진은 오창 전기차배터리 생산라인 모습. [사진 LG화학]

1분기 석유화학 분야 시황 악화와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로 인한 가동 중단 등을 겪은 LG화학은 실망스런 실적을 기록했다.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도 아직은 수익을 내지 못한다. 사진은 오창 전기차배터리 생산라인 모습. [사진 LG화학]

지난해 7년 만에 연간 영업이익 5조원을 돌파했던 포스코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19.2% 줄었다. 브라질 발레사 광산 댐 붕괴사고로 철광석 공급이 줄면서 원료비는 비싸졌지만 판매단가는 하락하는 등 마진이 줄어든 결과다.

1분기 반등에 성공한 자동차 산업도 희망적이지만은 않다. 현대차는 지난해 1분기 대비 21% 영업이익을 끌어올렸고, 기아차도 영업이익이 47%나 늘었다. 하지만 글로벌 자동차 시장 전망이 어두운 데다 중국시장의 부진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지난해 3분기 실적에 손실을 반영한 ‘빅 배스(Big-Bath)’의 기저효과가, 기아차는 통상임금 충당금 환입 효과가 1분기 실적에 반영됐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올 1분기 실적 반등에 성공했지만 아직 넘어야 할 고비가 많다. 중국 시장의 부진을 떨쳐내고 영업이익률을 높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사진은 현대차 울산1공장 코나 생산라인. 문희철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은 올 1분기 실적 반등에 성공했지만 아직 넘어야 할 고비가 많다. 중국 시장의 부진을 떨쳐내고 영업이익률을 높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사진은 현대차 울산1공장 코나 생산라인. 문희철 기자

전문가는 설비투자 증가율이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분기(-24.8%) 이후 최저 수준(-10.8%)으로 줄어든 점을 우려한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이 크고 대외여건이 나쁘다 보니 기업의 설비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산업경쟁력을 끌어올리지 않고선 정부 지출만으로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성장을 견인하는 산업이 보이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며 “고임금 부담에 경쟁력은 제자리걸음을 계속한다면 구조적인 산업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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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미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정부정책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주문도 많았다. 김윤경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은 “기업들은 사업구조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고 정부는 기업 투자환경과 활로에 대한 정책을 개발해 ‘새 판’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현·문희철·오원석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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