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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TED, 세상을 바꿀 아이디어로 순식간에 3000억원 모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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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최준호 과학&미래팀 기자

최준호 과학&미래팀 기자

지난 16일(현지시간) 오후 7시. 호수처럼 잔잔한 항구가 내려보이는 캐나다 벤쿠버 컨벤션센터. TED 2019 콘퍼런스 둘째 날 행사인 ‘오데서티(Audacity)’ 세션 마지막 무렵이다. 두 시간에 걸쳐  ‘세상을 바꿀’ 8개의 ‘대담한 프로젝트’(The Audacious Project) 발표가 끝나고, 높이만 5m가 넘는 초대형 스크린에 간단한 설명과 함께 숫자가 떴다.

지식나눔 넘어 사회 개선안 실천 #언론 관심 식어도 참가 열기 후끈

‘프로젝트 목표 5억6700만 달러.(약 6470억원)’ ‘현재까지 2억8356만1215달러(약 3238억원) 모금.’  가로로 긴 막대 모양의 칸에는 보라색이 절반을 훌쩍 넘게 채웠다. 모금액이 목표에 어느 정도 도달했는지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그래픽이었다.

순간 행사장은 참석자들의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오데서티 세션 행사 시작 전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TED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 모금 안내가 있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큰 금액이 순식간에 모금될 줄은 몰랐다는 표정들이었다.

‘세계 지식인의 축제’ TED가 변신하고 있다. 그간 ‘가치있는 아이디어의 공유’(Ideas worth spreading)를 대표적 구호로 내걸어온 TED가 이제는 아이디어의 실천과 행동을 통해 세상을 바꿔나가자고 호소하고 있다. 16일 8개의 ‘오데이셔스 프로젝트’ 발표와 3000억원이 넘는 기금 모금액은 이런 TED의 새로운 정신이 말이 아닌 현실임을 증명했다.

지난 16일 TED 행사에서 세상을 바꿀 8개의 ‘대담한 프로젝트’가 발표된 뒤 3238억원의 돈이 모금됐다. [사진 경수헌 마노의료재단 대표]

지난 16일 TED 행사에서 세상을 바꿀 8개의 ‘대담한 프로젝트’가 발표된 뒤 3238억원의 돈이 모금됐다. [사진 경수헌 마노의료재단 대표]

TED 2019 콘퍼런스를 참관한 경수헌 마노의료재단 대표는 “비영리단체가 아이디어만 가지고 세계 사람들로부터 수천억원을 모을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며 “강연 축제에 그쳤던 TED가 이제는 세상을 바꾸는데 직접 나서고 있다는 점이 신선한 충격”이라고 말했다.

사실 TED의 이런 변신은 ‘몸부림’이기도 하다. 그간 유명 정치인과 거물급 정보기술(IT)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출현해 새로운 뉴스를 쏟아내면서 세상의 주목을 받았으나, 최근 들어서는 이런 ‘거물’들의 발걸음이 뜸해졌다. 2014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캐나다 밴쿠버로 근거지를 옮기며 전기를 마련하려 했지만, 되레 뉴욕타임스 등 미국 주류 언론들과 거리가 멀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TED로서는 행사 참가자가 줄지 않고 있다는 것이 고무적이다. 올드 미디어의 빈자리는 유튜브와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가 채워가고 있었다. 게다가 ‘TEDx’의 형태로 TED가 전세계 확대되고 있는데다, 지식나눔 강연와 같은 또 다른‘TED’들도 일종의 문화현상처럼 퍼져가고 있다. 밴쿠버 지역 대학의 총장이라는 70대 노신사와 뉴욕에서 왔다는 40대의 기자 출신 IT 기업인 등 TED에서 만난 사람들은 하나같이 강연만큼이나 네트워킹과 정보교류 등에 큰 가치를 뒀다. 지식 나눔을 넘어서 행동하는 TED로의 변신 움직임은 이 같은 자신감에서 나오는 것 같다.

최준호 과학&미래팀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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