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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극복 위해 "개혁" 수용|「기업인 다짐대회」가 뜻하는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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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1일 발표된「경제난국 극복을 위한 기업인 다짐대회」의결의 내용은 토지공개념 도입, 금융실명제, 기업의 자구노력 실시 등 정부가 추진중인 일련의 혁명적 경제조치들에 대해 경제 6단체를 비롯한 국내 기업인들이 협조와 참여를 다짐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새삼 되풀이할 필요도 없이 지금 우리경제는 원화절상·통상압력등 외부적 요인 외에 정치·사회적 혼란, 노사분규로 상징되는 각계 각층의 욕구분출 등으로 일찍이 겪지 못한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
특히 민주화 추세를 등에 업은 각계의 욕구분출은 그 배경에 과거의 고도성장기에 잉태된 소득간·지역간 불균형과 이에 대한 소외계층의 불만에 뿌리를 두었다는 점에서 이 같은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앞으로의 안정적 성장과 선진권 진입에 불가결하다는 인식이 폭넓게 확산돼 왔다.
정부는 이 같은 상황판단아래 금융거래 실명제나 토지공개념의 도입을 전제로 한 토지거래허가제, 택지소유 상한제, 개발이익 환수제 등 부동산에 대한 과감한 제도개혁을 추진해 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각종 조치의 추진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새로운 제도의 도입으로 이미 가진 것을 잃거나 권리행사에 제약을 받게될 기득권 층의 반발이라 할 수 있고 반발 계층으로 기업인들을 지목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 만큼 새로 추진되는 각종 새로운 제도의 도입에 기업인들의 반응과 태도가 주목을 끌어왔으며 그 성패까지도 이들의 협조여부에 달려있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이번 다짐대회에서 보여준 기업인들의 결의는 이 같은 국민들의 의구심에 대해 기업인들이 그 태도를 분명히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에 표명된 결의가 어느 의미로는 기득권 계층의 자제와 제약의 수용을 의미하는 만큼 그같은 결의에는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었으리라는 것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실제로 이번 결의가 나오기까지에는 숱한 우여곡절이 있었다.
경제 6단체의 이번 다짐대회는 전경련이 유창순 회장의 취임과 더불어 윤리위원회를 신설하고 경제 6단체장이 공동으로 행한 지난 4월「현 경제위기에 대한 제언」등을 통해 어느 정도 기업인의 윤리의식 제고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가는 과정에서 때마침 지난달 19일 발표된 정부의 하반기 경제종합대책과 이에 따른 정부측의 요청이 맞물러 성사된 것으로 알러졌다.
특히 정부는 대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이나 유가증권을 매각하는 등 가시적이고 분명한 자구책을 명시할 것을 요구했다는 것. 이번 대회에 정부측의 권유가 강하게 작용했다는 것은 자발성을 전제로 해야할 이번 대회에 흠결로 지적되는 것도 사실이다.
사실 기업인들로서는 그간 누적돼온 원화절상과 시도 때도 없는 노사분규, 이에 따른 수출부진, 일류기업도 봉급을 제때에 못줄 정도로 심각한 자금난 등 그 어느 때보다 경영 여건이 악화돼 있는 상황인데도 일반국민이나 특히 정부측은 기업인들의 이러한 어려움에 공감하려 들지 않는다는 불만이 없을 수 없었다.
기업인들의 호소는 의례히 하는 「엄살」쯤으로 정부측에 받아들여지고 정부측으로부터는 「부동산을 팔든지, 유가증권을 팔는지 자구노력을 해라」는 답변만 나온다는 게 기업인들의 불평이었다.
그러나 위기상황으로 까기 지칭되는 지금의 경제상황에 대해 경제계에서도 무언가 돌파구가 필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했고 특히 국민과 정부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게 이번 결의가 나오게된 배경이라 할 수 있다.
이번 결의는「부동산이나 유가증권매각」등에 대해 분명한 언급은 피했지만「자력에 의한 투자증대에 노력한다」고 밝혀 자구책을 강구해 나갈 것임을 분명히 하고있다.
또 노사분규의 책임이 사용자측에도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반성하고 경영내용 공개 등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힌 점, 국민적 공감대를 기초로 정부가 추진중인 금융실명제나 토지공개념의 확대 등에 대해 어정쩡한 입장을 취해온 데 대해 이를 반성하고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힌 점등은 환골탈태한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같은 결의가 얼마나 실현되느냐다.
이전「다짐」이 5공화국 초기인 지난 80년 7월 경제 4단체가 채택한 기업윤리 요강과 그 배경과 성과 면에서 별 차이가 없을 것으로 지적하는 사람들도 많다.
따라서 이번 대회가 단순히 겉치레 말장난으로 끝나지 않고 기업과 정부, 기업과 국민을 하나의 끈으로 묶어주는 참다운 계기가 되고, 이를 바탕으로 산업평화가 정착되고 현재의 경제난국을 타개해 고소득 선진사회로 나아가는 전환점이 되기 위해선 기업인들이 더욱 겸허한 자세와 실천적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다.
기업인들의 이러한 의지가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정부나 국민들도 기업인들이 안심하고 투자와 경영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주는데 함께 노력해야할 것으로 지적된다. <유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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