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홍일아, 미안해…내가 좀 더 친절하게 할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이 2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김홍일 전 의원의 빈소를 찾아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이 2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김홍일 전 의원의 빈소를 찾아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이 김대중 전 대통령 장남 김홍일 전 의원의 별세에 “미안하다”는 추모의 글을 남겼다.

“김홍일, DJ 장남이며 정치동지…고문후유증으로 투병”

정치권 대표적 ‘동교동계(DJ계)’ 인사인 박 의원은 21일 오후 김 전 의원의 별세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목포 지역구 활동 중 김홍일 의원께서 작고하셨다는 비보를 접했다. 김 전 의원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께도 심심한 위로를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과거의 기억을 회고하며 “홍일아, 미안해. 내가 좀 더 친절하게 했었어야 했을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김 전 의원이 ‘형님이 아버님께 말씀드려주십시오’라며 부탁했던 것을 회상하며 “고문 후유증으로 언어 소통이 어려워 (김대중) 대통령님과 소통이 안 되셨다”고 말했다.

그는 “제게 (김 전 의원의 뜻을) 알아보라는 대통령님 말씀에 연락했는데 나도 무슨 뜻인지 이해를 못 해 ‘글로 써 보내’라고 하면 김 전 의원은 ‘네!’라고 하셨다”고 돌이켰다.

그는 “김대중 대통령님은 장남 사랑이 지극하셨다”며 “특히 김홍일 의원께서 당신 때문에 고문 후유증에 시달리는 것을 매우 안타까워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김 전 의원이) 나라종금 사건에 연루돼 의원직을 상실했을 때, 대통령님은 '박 실장, 나는 우리 홍일이가 유죄를 받고 의원직을 상실하더라도 현금 3000만원을 들고 걸어가는 모습을 보았으면 원이 없겠어'라고 제게 말씀하셨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나라종금 사건에 연루된 김 의원은 당시 구속된 대학 선배 측근이던 정모씨가 검찰의 회유로 ‘서울호텔 앞에서 현금 3000만원이 든 종이백을 전달하니 김 의원이 받아들고 갔다’는 허위 진술로 유죄가 확정됐다”고 주장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남 김홍일 전 민주당 의원이 20일 오후 5시께 별세했다. 향년 71세.   사진은 지난 1996년 4월 16일 국민회의 당선자대회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 전 의원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남 김홍일 전 민주당 의원이 20일 오후 5시께 별세했다. 향년 71세. 사진은 지난 1996년 4월 16일 국민회의 당선자대회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 전 의원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그는 “당시 김 의원은 3000만원 종이백은커녕 자기 혼자 일어서지도 못했고, 걷지도 못했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며 “김 대통령님은 ‘어떻게 사법부마저’ 하시며 못내 아쉬워하셨다”고 회상했다.

박 의원은 “고(故) 김 의원은 고(故) 김대중 대통령님의 장남이며 정치적 동지였다”며 “목포 민주화 운동의 구심점으로 헌신하셨고 목포시 재선 국회의원으로 목포 발전에 막대한 기여를 하셨다”고 추모했다.

그는 “김 의원! 다 잊고 용서하시고 영면하소서”라며 “당신이 그립습니다”라고 썼다.

한편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17분쯤 서울 마포구 서교동 자택에서 김 전 의원이 쓰러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후 신촌 세브란스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날 오후 5시 4분쯤 사망했다.

김 전 의원은 전남 목포 출신으로, 15대, 16대, 17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김 전 의원은 고문 후유증으로 파킨슨병을 앓고 있었는데, 최근 병세가 악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