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상소기구 운명, 미·중 무역협상 결과에 달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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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2호 06면

WTO 상소기구, 1심 번복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된 무역 분쟁은 나날이 증가하는 흐름이다(그래프). WTO 분쟁해결의 원칙은 준칙주의다. 갈등을 협상이 아니라 협약과 규정을 바탕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이런 준칙주의 중심에 상소기구(Appellate Body)가 있다. 그런데 미국은 상소기구를 사실상 무력화시켜왔다. 상소기구 위원들의 연임을 차례차례 막는 방식이었다. 미국이 연임을 막은 재판관 가운데 한 명이 바로 장승화 서울법학전문대학원장이다.

미, 위원들 연임 막아 무력화시켜 #중국과 협상 잘되면 유지시킬 듯

장 원장은 “미국이 WTO 분쟁해결 과정에서 손해만 본 게 아니다”라며 “많은 사례에서 미국에 유리한 결정이 내려졌다”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미국 내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에 대해 WTO 상소기구가 불리한 판정을 내리자, 미국이 거세게 반발하며 위원들의 연임을 막았다”고 지적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이런 WTO 상소기구 운명이 현재 진행 중인 미·중 무역협상에 달렸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국제 통상전문가인 마크 우 하버드 법대 교수는 최근 중앙SUNDAY와 전화 인터뷰에서 “미국은 중국과 무역협상 결과를 WTO 규범으로 만들려고 한다”며 “미국이 미·중 협상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으면 상소기구를 유지시키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WTO 규정이 미국이 원하는 대로 바뀌면 상소기구를 유지하는 게 자국에 유리해서다.

미·중 협상은 끝내기 단계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전했다. 두 나라 협상이 미국 뜻대로 되면 11월까지는 자국 출신 위원을 연임시키거나 새로 지명할 가능성이 크다. 기존 미국 출신 위원의 임기가 12월 10일에 끝난다.

그렇다면 WTO 규정을 미국 입맛대로 바꾸는 게 가능할까. 장 원장은 “미국은 불리한 것은 받아들이지 않고 유리한 것은 국제규범으로 만들려는 패턴을 보여왔다”며 “미·중 협상 결과를 WTO 규범으로 만들려면 유럽연합(EU) 그리고 신흥국 등을 상대로 협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중이 합의했다고 WTO 개조가 미국 뜻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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