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개혁 순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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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앙겔라 메르켈(사진) 총리의 독일 대연정이 개혁 작업의 매듭을 빠른 속도로 풀어가고 있다. 우선 오랫동안 진통을 겪어온 연방제 개혁안이 지난 주말 극적으로 하원을 통과하면서 개혁의 돌파구를 마련했다.

아울러 그간 대연정에 참여한 정당 사이에서도 큰 논란을 벌여왔던 건강보험제도 개혁안도 3일 전격 합의했다. 이를 계기로 법인세.연금제 등 다른 분야의 개혁 작업도 탄력을 받게 됐다.

?개혁 성과로 인기 치솟는 메르켈=지방정부의 권한을 강화하는 연방제 개혁안 통과와 과도한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고용주와 국민의 부담을 늘리는 건강보험제도 개혁 합의로 메르켈 총리의 주가가 더욱 치솟고 있다.

독일 언론들은 지난해 말 취임 이후 외교 무대에서만 높은 평가를 받아온 메르켈이 내정에서도 빼어난 수완을 발휘했다고 일제히 평가했다. 복잡하게 꼬여 있던 주요 개혁 법안을 과감하게 밀어붙여 통과시키는 뚝심을 과시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달 30일 하원에서 압도적 표결로 채택한 연방제 개혁안에 대해선 '2차 세계대전 이후 제도화된 독일 연방제의 골격을 바꾸는 대사건'이라고 평가했다.

메르켈의 전임자인 게르하르트 슈뢰더 시절에도 여야 합의로 개혁을 추진했지만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을 정도로 난제였다. 에드문트 슈토이버 기사당 당수는 "연방제 개혁은 모든 개혁의 어머니"라고 목소리를 높여 왔다.

건강보험 개혁안은 그동안 정당 간 의견이 크게 엇갈려 앞으로 대연정이 얼마나 지속될지를 가늠하는 시험대로 여겨져 왔다. 독일 정가에선 이번 합의로 대연정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제회복.월드컵 효과까지 국운 상승 3박자=경제도 장밋빛이다. 지난달 실업률은 전달보다 0.3%포인트 떨어진 10.5%. 3월 이래 계속 감소세를 보여 경기 회복에 대한 전망이 밝다. 실업자는 연초 500만 명에서 현재 440만 명으로 크게 줄었다. 월드컵 덕분에 5만 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긴 것도 한몫했다.

뮌헨의 경제연구소인 IFO는 6월 기업체감지수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소는 "고유가.고금리.유로화 강세 등 경제환경이 어려운 데도 불구하고 독일 경제는 탄탄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개혁 합의, 경제 호조에 독일 축구대표팀의 월드컵 선전이 더해져 국민 정서가 몰라볼 정도로 밝아졌다는 게 현지 언론의 평가다. 국기를 흔들며 국가를 목놓아 부르는 애국주의 열풍이 나라 곳곳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

독일에선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 나타난 현상이다. 시사주간 슈피겔은 "1954년 독일의 월드컵 우승과 라인강의 기적이 같은 시기에 이뤄졌듯, 이번 월드컵도 독일 경제 회복과 국민 정서 활력 제고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베를린=유권하 특파원

독일 대연정이 합의한 개혁 프로그램

▶연방정부와 주정부 간 권한과 책임을 균형 있게 조정

-주정부 대표자 기구인 상원 거쳐야 하는 법안 60%에서 30~40%로 축소

-연방정부는 상점 개폐 시간 결정, 대학교육 정책 등 상당 권한 주정부로 넘겨

▶건강보험제도 개혁

-재정 확충 위해 근로자.고용주의 분담금 각각 0.5%씩 인상

-세금 인상은 않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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