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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남성 3명 중 2명, 남자만 군대 가는 건 차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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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남성 3명 중 2명은 남자만 군대에 가는 현행 징병제를 성차별이라고 판단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연합뉴스]

20대 남성 3명 중 2명은 남자만 군대에 가는 현행 징병제를 성차별이라고 판단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연합뉴스]

20대 남성 3명 중 2명은 남자만 군대에 가는 현행 징병제를 성차별이라고 인식했다.

‘남성다움’ 거부 성향 뚜렷 #페미니즘 반감은 특히 높아

마경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정책연구실장은 18일 열린 연구원 개원 36주년 기념세미나에서 발표한 ‘변화하는 남성성과 성차별’이라는 제목의 발제문을 통해 이같이 발표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해 10~11월 전국 만 19∼59세 남성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 20대 남성의 72.2%는 “남자만 군대에 가는 것은 차별”이라고 답했다. 30대는 62.9%, 40대는 55%, 50대는 50.1%로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비율이 감소했다.

‘군대에 가능하면 안 가는 것이 좋다’는 문항에도 20대의 82.6%가 그렇다고 밝혔다. 30개(75.3%), 40대(70.6%), 50대(51.8%)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외에도 20대는 ‘군복무는 시간낭비’, ‘잃는 것이 더 많은 군복무’라는 의견에 각각 68.2%, 73.5% 공감을 나타냈다. 40∼50대 중장년층은 경쟁·성공·위계·복종 등 전통적 남성성이 강했지만 20대는 비전통적 남성성이 강했다. 30대는 두 남성성이 혼재한 과도기적 남성성이 우세했다.

마 연구실장은 “(이런 경향은) ‘개인’으로서 개성과 인격이 존중받는 사회를 지향하는 페미니즘의 이상과도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20대 남성들은 다른 세대에 견줘 페미니즘에 대한 반감이 특히 높다”며 “이는 군 복무에 대한 부정적 인식, 디지털 세대로서 이들이 온라인 공간에서 경험한 ‘젠더 전쟁’의 효과”라고 분석했다. 이어 “변화하는 남성성과 전통적 남성성을 강요하는 징병제 간 극단적 불화관계를 보여준다”며 “징병제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마 연구실장은 “20대 남성을 모두 페미니즘에 대한 반감을 가진 동질적 집단으로 보기는 어렵다”면서 “남자다움을 강요하는 우리 사회의 문제를 페미니즘의 언어를 통해 비판적으로 성찰하면서 성평등이 남성의 삶의 변화에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남성 역시 적지 않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연구결과를 토대로 “청년 남성에게 ‘남자다움’을 강요하는 사회제도, 시스템, 문화 전반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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