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성남시의회가 '향우회(鄕友會)'에 지원금 등을 지급하는 내용의 조례를 추진해 논란이 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친목 모임에 세금을 쓰겠다는 것이냐"며 반발하고 나섰다.
15일 성남시의회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강상태(신흥1, 수진1·2동) 의원 등 23명은 지난 12일 의회에 '성남시 지역화합 및 발전 지원 조례 제안 안을 상정했다,
성남시 지역화합 발전 총연합회(총연합회)가 추진하는 활동을 성남시가 지원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총연합회엔 강원도민회, 경기도민회, 영남향우회, 충청향우회, 호남향우회, 이북5도민회, 제주향우회 및 다문화가정 연합회 등이 참여하고 있다.
조례는 성남시장이 예산 범위에서 총연합회의 사업에 필요한 비용 일부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총연합회도 지역사회 발전과 시민화합을 위한 시책에 적극 참여·협력할 의무가 있고, 단체가 하는 시민화합 행사, 시정·시책 홍보 사업, 시 권장 사업에 대한 정책 제안 활동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성남시의회. 향우회 연합회 지원 조례 제정 논란 #시민단체 "형평성 및 지방재정법에도 어긋나" #반발 이어지자 대표 발의 의원 조례 철회 의사 밝혀
참여 의원들은 조례 제정 이유로 "성남의 화합과 지역 발전을 위해 각 지역 향우회 등의 연합단체로 결성된 총연합회와의 협력을 통해 지역 발전을 도모하고 시민화합을 위한 활동을 지원하는 데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의회가 특정 단체를 위한 지원 조례를 만들고 있다며 이날 시의회 앞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성남을 바꾸는 시민연대(준)는 이날 "의회는 '성남시 지역화합 및 지역발전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조례 제정을 추진한다고 하지만 사실상 향우회 연합단체인 성남시 지역화합 총연합회를 지원하기 위한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 "향우회연합단체라는 임의·특정 단체에 시책 참가 의무를 부과한 것도 문제고, 시민 화합 관련 사업은 일반적인 사항인데 특정 단체에만 지원하는 조례를 만드는 것도 특혜를 줬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방재정법과 성남시 지방보조금 관리조례와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해당 법과 조례는 보조사업 대상을 "보조금을 지출하지 아니하면 사업을 수행할 수 없는 경우로서 지방자치단체가 권장하는 사업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로 돼 있다. 성남을 바꾸는 시민연대 관계자는 "총연합회 사업이 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과거 서울에서도 전직 공무원과 전·현직 의원이 참여하는 친목 모임의 지원 조례를 만들었는데 대법원이 '친목 모임이고 구체적 사업 전망 및 효과 등 예측 가능성이 없고 시우회 등 친목 모임이라 특혜에 해당한다'며 위법이라는 결론 내렸다"고 설명했다.
향우회는 단순 친목 모임이지만 지역에선 막강한 힘을 자랑한다. 선거 때는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등 정치적 입장을 내세우기도 한다. 조례는 이례적으로 더불어민주당 강상태 의원(부의장)과 자유한국당남용삼 의원이 공동발의하고, 더불어민주당 15명, 자유한국당 6명, 바른미래당 2명 등 전체 의원(35명) 중 23명이 발의에 참여했다. 성남을 바꾸는 시민연대 관계자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향우회 등 특정 집단 눈치 보기식 지원 정책을 만들기보단 시민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발이 이어지자 강상태 의원은 "특정 단체만을 위한 조례라는 지적이 있어서 모든 시민 위한 내용으로 재검토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성남=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