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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이미선 부부의 해명 방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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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미선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 부부가 35억원대 주식투자 의혹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국민 상식과 눈높이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행태를 잇따라 반복하고 있다. 이 후보자의 남편 오충진 변호사가 어제 자신의 페이스북에 주식거래 의혹을 제기한 자유한국당 주광덕 의원에게 ‘맞짱 토론’을 제안한 것부터 엉뚱한 발상이다.

두 사람이 사법연수원 동기인데다 오 변호사가 이해충돌 의혹, 내부정보 거래이용 의혹 등을 반박하며 방송사가 먼저 제안한 토론회에 같이 나가자는 것이긴 하다. 그렇다 해도 공직 후보자 본인도 아닌 남편이 나서서 해명하겠다는 것 자체가 비상식적이다. 오죽 답답했으면 오 변호사와 친분이 있다는 현직 외교관이 “부산대 출신에 여성이면 스스로 해명도 못하고 서울대 출신의 남성이 다 해명을 해 주는게 맞는 건지 씁쓸하다. 앞으로 이미선씨가 헌법재판관이 되면 판결문도 오 변호사가 대신 해 주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SNS에 썼을까.

핀트가 한참 어긋난 맞짱토론 제안보다 서민들의 가슴을 후벼판 건 글의 내용이다. 오 변호사는 자산의 83%(35억원)가 주식인 게 왜 비난받을 일이냐고 반박하며 “그냥 강남에 괜찮은 아파트나 한 채 사서 35억원 짜리 갖고 있었으면 욕먹을 일 아니었을텐데 후회가 막심하다”고 썼다. 그러나 이는 1997년부터 13년동안이나 판사 생활을 한 뒤 대형 로펌 변호사로 재직중인 법조인이 할 말은 아니다. 강남의 아파트라도 재산 형성에 문제가 있다면 의혹을 제기하고 검증을 받아야 하는 건 상식이다. 주식이라도 정말 의혹없는 건전한 투자라면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한탄보다는 보유 주식 중 20억원 이상이 아내가 담당한 재판과 관련 있는 것으로 의심 받는 OCI 계열인 이테크건설에 집중돼 있다는 의혹, 거래정지 결정 직전 대량으로 주식을 파는 등 ‘전형적인 작전세력의 매매패턴’을 보인 배경에 대해 모든 자료로 해명하는 게 국회에 대한 후보자측의 의무다. 이 후보자 부부가 총 5500여회 주식거래를 한 것을 두고 판사들이 “점심 시간에만 했다는 해명은 믿기 어렵다”며 법원행정처가 근태 파악 직무유기를 한 게 아니냐고 지적할 정도다.

오 변호사가 이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끝난 다음날(11일) 페이스북을 처음 개설해 적극적 해명에 나선 것도 의문이다.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이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오 변호사의 페이스북을 퍼 나르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폭로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만약 이 후보자의 인사 검증 실패 책임론에 휩싸인 조 수석이 오 변호사와 사전 교감하고 SNS 여론전에 가세해 ‘셀프 구명’에 나선 것이라면 심각한 모럴 해저드라 아니할 수 없다.

헌법재판관은 개별 법률 조항의 위헌 여부부터 대통령 탄핵까지 심판 대상이 광범위한 막중한 자리다. 불법 행위 여부에 앞서 사회의 평균 정서, 가치관과 도덕성에 어긋나는 행태만으로도 사법 공직의 수행은 곤란하다. 청와대가 민심을 제대로 읽어 결단을 내리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