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52에 U-2까지 투입…미국이 F-35A 총력 수색 나선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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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일본 해상자위대의 호위함(구축함)과 미 해군의 해상초계기인 P-8 포세이돈이 합동으로 수색작업을 펼치고 있다. [AP=연합]

지난 10일 일본 해상자위대의 호위함(구축함)과 미 해군의 해상초계기인 P-8 포세이돈이 합동으로 수색작업을 펼치고 있다. [AP=연합]

미국이 고공정찰기인 U-2 드래곤레이디와 전략폭격기인 B-52 스트래토포트리스를 지난 9일 태평양에서 추락한 일본 항공자위대의 F-35A 스텔스 전투기 수색작전에 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항공기 비행을 모니터링 하는 에어크래프트 스폿(Aircraft Spots)에 따르면 지난 13일 미국 공군의 U-2가 일본 미사와 공군기지 인근 상공에서 발견됐다. 이 정찰기는 한국 오산 공군기지에서 이륙한 것이라고 에어크래프트 스폿은 밝혔다.

미 공군의 B-52 2대가 지난 11일 괌 앤더슨 기지에서 떠난 뒤 일본 F-35A가 마지막으로 교신한 해역 인근으로 갔다. 지난 9일10일에도 각각 1대의 B-52가 앤더슨 기지에서 출격해 해당 해역으로 향했다. B-52가 사흘 연속으로 일본을 찾은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미군은 U-2와 B-52의 일본행을 외부로 공개하지 않았고, 비행 임무의 목적에 대해서도 침묵했다. 그러나 9일 일본의 F-35A가 추락한 해역으로 비행한 점으로 보면 수색작전에 이들 기체를 투입했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6월 25일 수색구조 작전에 투입한 B-52가 3시간 만에 실종 카누를 발견했다. 사진은 B-52 센서가 고도 5000m 이상에서 포착한 실종자들. [사진 미 공군]

지난해 6월 25일 수색구조 작전에 투입한 B-52가 3시간 만에 실종 카누를 발견했다. 사진은 B-52 센서가 고도 5000m 이상에서 포착한 실종자들. [사진 미 공군]

냉전 때 미국에서 소련 내부의 목표물까지 날아가 핵폭격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B-52는 수색ㆍ구조 작전에도 동원됐다. 지난해 6월 19일(현지시간) 태평양에서 6명이 탄 카누가 실종되자 미 공군은 그달 25일 B-52를 투입했다. 그런데 투입 3시간 만에 B-52가 실종 카누를 찾아냈다. 당시 미 국방부는 보도자료에서 고도 1만9000피트(약 5792m)에서 카누를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목표물을 먼 거리에서도 찾아 조준하는 장치가 수색ㆍ구조 임무에서도 실력을 발휘한 것이다.

이와 별도로 미 해군은 해상초계기인 P-8 포세이돈과 이지스 구축함을 사고 해역에 급파했다.

미국의 적극적 수색 작전 참여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가 추락 F-35A를 먼저 발견할까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 공군의 데이빗 뎁퓨터 중장은 “중요한 점은 만일 일본이나 미국이 추락 기체를 재빨리 회수하지 않는다면 미국의 항공력 미래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지난 13일 ‘F-35 추락으로 시작된 미ㆍ일 vs 중ㆍ러의 해중(海中) 공방’이라는 기사에서 F-35A 추락 해역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잠수함과 무인잠수함으로 기체를 건져내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10일 일본 해상자위대의 해상작전헬기가 수색을 위해 제자리비행을 하고 있다. [AP=연합]

지난 10일 일본 해상자위대의 해상작전헬기가 수색을 위해 제자리비행을 하고 있다. [AP=연합]

중국과 러시아는 자체 스텔스 전투기를 개발했지만, 미국과의 기술 격차가 아직 크다. 이 때문에 중국과 러시아가 F-35A를 분석하려 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역(逆)공학을 통해 미국의 무기를 베낀 적이 있다. 소련의 최초 공대공 미사일인 R-3는 미국의 AIM-9B 사이드와인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1958년 9월 24일 대만 공군의 F-86이 중국 공군의 미그(MiG)-17과 공중전에서 미국이 지원한 사이드와인더 미사일 덕분에 대승을 거뒀다. 그런데 이 미사일 1발이 불발한 뒤 중국 미그-17 1대의 후미에 그대로 꽂혔다. 중국은 불발 미사일을 소련에 제공했고, 소련은 이를 바탕으로 R-3를 설계할 수 있었다.

이와 관련, 이와야 다케시 일본 방위상은 지난 12일 “현재 사고 해역에서 특이 사항(중국과 러시아의 개입)은 없다”면서도 “일본은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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