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뉴스분석]경제지표 '부진' 언급, 정책 수정 않고 추경 '군불'

중앙일보

입력

생산·투자·소비 등 주요 경제 지표가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정부의 경기 진단도 부정적 평가에 무게를 실었다. 지난달에는 한국 경제의 '긍정적 모멘텀(탄력성)'을 강조했지만, 한 달 새 사뭇 다른 진단을 내놓은 것이다.

정부, 2년 4개월 만에 그린북에 '부진' 언급  

기획재정부는 12일 ‘최근 경제동향’(일명 그린북) 4월호에서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해 "미·중 무역갈등, 브렉시트(Brexit) 등 불확실 요인이 상존하는 가운데 세계 경제 성장세 둔화, 반도체 업황 부진 등 대외 여건 악화에 따른 하방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며 "광공업 생산, 설비 투자, 수출 등 주요 실물지표 흐름도 부진한 모습"이라고 밝혔다. 경제 상황에 대한 정부의 공식 평가를 알리는 그린북에 '부진'이란 단어가 쓰인 것은 2016년 12월 이후 2년 4개월 만이다.

정부의 종합적인 경기 진단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점차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지난해 9월 그린북에선 "회복세"로 진단했지만, 그다음 달부터는 "회복세"를 빼고 "불확실성"을 강조했다. 지난달에는 "불확실성"과 함께 "긍정적 모멘텀"도 강조했다. 그러나 한 달 만에 비관적 진단이 주를 이룬 것이다.

홍민석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지난 2월은 설날 연휴가 있어 조업일수가 전월 대비 짧지만, 올 1~2월 평균 경제 지표와 지난해 4분기 지표를 비교하면 광공업 생산과 설비투자, 수출 모두 부진한 모습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2월 생산·투자·수출·소비 모두 꺾였다

지난 2월 생산은 광공업(전월 대비 -2.6%), 서비스업(-1.1%), 건설업(-4.6%) 등 대부분에서 감소하면서 전 산업 생산이 전월 대비 1.9% 줄었다. 같은 기간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도 각각 전월 대비 10.4%, 4.6%씩 감소했다. 소매 판매 역시 지난 2월 전월 대비 0.5% 줄었다. 이 지표는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2.0% 줄었다. 일각에서 '소득주도 성장'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강조한 대다수 지표가 최근 들어 다시 꺾인 모습이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2월에 전월보다 0.4포인트 하락해 11개월 연속 떨어졌다. 향후 경기를 가늠하는 지표인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0.3포인트 내려 9개월 연속 떨어졌다. 지난달 수출 역시 반도체 등 주력 제품 수출 부진 등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8.2% 감소하면서 넉 달 연속 줄었다.

전반적 경기 부진 아니라면서 '추경' 강조…"정책부터 수정해야" 

이번 그린북에서 특이한 점은 주요 실물지표 악화를 근거로 '신속한 추경(추가 경정예산)'의 필요성을 언급한 점이다. 그린북에는 "추경안을 신속히 마련하고 규제 혁신, 수출 활력 제고 등 주요 대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을 향후 정책 방향으로 제시했다.

기재부는 전반적인 경기 부진을 진단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최근 '경제동향' 분석과 달리 아직은 생산·투자·수출 등 일부 실물 지표 흐름만 부진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또 3월 경제 지표는 조업일수가 짧은 2월보다 개선될 여지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재정법상 '경기침체가 발생했거나 발생 우려가 있을 때'를 편성 조건으로 하는 '추경'을 언급한 것은 갑작스럽다는 지적이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병세가 악화하면 처방을 바꿔야 하듯, 경제 지표가 나빠지면 기존 경제 정책을 바꿔보는 것이 우선"이라며 "올해 470조원 규모 대규모 예산을 쓰지도 않은 상황에서 추가 재정 지원부터 언급한 것은 순서가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