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인구 2백만 '매서운' 이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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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태권도는 강하다. 29일(한국시간) 독일 가미슈파르텐키르헨에서 폐막한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 이란 남자팀은 금2.은2.동1개로 한국(금3.동2개)에 간발의 차이로 뒤져 종합 2위에 올랐다. 2년 연속 준우승이다.

이란 태권도가 강한 이유는 우선 태권도 인구가 많기 때문이다. 이란의 태권도 인구는 줄잡아 2백만명이 넘는다.

이란에는 왜 태권도 인구가 많을까. 대답은 역사에서 나온다.

이란 내 태권도 보급의 일등 공신은 회교혁명 지도자 아야툴라 호메이니였다.

호메이니는 1979년 팔레비 왕정을 무너뜨리고 이슬람공화국을 세운 뒤 강력한 리더십을 확립하기 위해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계획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파주라 국제종합경기대회'다. '파주라'란 '이란 혁명기'를 가리키는 이란어다.

파주라 대회에 등장한 태권도 토너먼트는 그 격렬한 경기 방식 덕분에 단숨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란 혁명정부는 태권도를 정책적으로 육성했고, 마침내 태권도는 레슬링.유도.역도와 더불어 이란의 최고 전략종목으로 성장했다.

파주라에 앞선 공신은 한국의 태권도 사범들이다.

이들이 없었다면 '파주라의 기적'도 없었을 것이다. 70년대 초 김재환 사범 등 몇몇이 이란에 처음으로 태권도를 알렸고, 그 씨앗을 이란의 군인 출신 사범 15명이 이어받아 이란 전역에 뿌렸다.

한편 한국의 태권도 남녀 대표팀은 동반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남자팀은 대회 16연패, 여자팀은 9연패를 달성했다.

가미슈파르텐키르헨=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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