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1만주 유령주식 매도’ 삼성증권 직원들, 法 집행유예·벌금형 선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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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배당 유령주식 배당 오류 사태를 낸 삼성증권. [연합뉴스]

지난해 4월 배당 유령주식 배당 오류 사태를 낸 삼성증권. [연합뉴스]

잘못 입고된 '유령주식'을 팔아치워 재판에 넘겨진 삼성증권 직원들에게 1심에서 집행유예와 벌금형이 선고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6단독 이주영 부장판사는 10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과 컴퓨터 이용 등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된 삼성증권 전 과장 구모(38)씨와 최모(35)씨에 대해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각각 선고했다. 다른 피고인도 각각 집행유예와 1000만~1500만원의 벌금형이 선고됐다.

이 부장판사는 "피해 규모가 크고 주식거래 충격이 컸던 사건"이라며 "타인 자산관리를 본질로 하고 돈 관리를 철저해야 할 금융인으로서의 도덕성과 윤리를 저버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씨 등이 이 사건으로 취한 실질적인 이득이 없는 점, 이 사건으로 회사에서 해고되거나 중징계를 받은 점, 그리고 자신의 어리석은 판단을 반성하는 점 등을 모두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구씨를 포함한 삼성증권 직원 8명은 지난해 4월 삼성증권의 우리사주 배당 실수로 잘못 전달된 주식을 매도해 회사와 투자자에게 피해를 입힌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7월 구씨 등 3명을 구속기소했으며, 이모씨 등 5명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지난해 4월 6일 삼성증권 담당자는 우리사주 1주당 1000원씩을 배당해야 하는데 주당 1000주씩을 배당하는 전산 실수를 저질렀다. 이 때문에 존재하지 않는 약 28억주의 '유령주식'이 탄생했다. 전산 실수 전날 종가(3만9800원)를 고려하면 시장가치가 112조원에 이르는 유령주식이 배당된 것이다. 이 와중에 일부 직원들이 배당받은 주식을 시장에 내 놓으면서 사태가 커졌다. 사고 당일 오전 9시 35분부터 10시 6분까지 직원 21명이 매도 주문을 했고, 16명의 501만주(약 1820억원) 주문이 체결됐다. 다른 5명은 매도 주문을 냈지만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다.이 여파로 삼성증권의 주가는 전일 종가 대비 최고 11.68%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잘못 입고된 주식임을 알면서도 매도 주문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 삼성증권 소속 직원 21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이 중 매도 금액이 상대적으로 적거나 고의성이 적은 것으로 보이는 13명은 불기소 처분했으며, 불법임을 알면서도 매도에 나선 것으로 추정되는 나머지 8명은 재판에 넘겼다. 검찰 및 삼성증권에 따르면 기소된 8명 중 일부는 해고됐으며, 일부는 정직 처분을 당한 후 복직한 상태다.

앞서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구씨와 지모씨에 대해 각각 징역 4년에 벌금 1억원을, 나머지 6명에 대해서 징역 1년~3년의 실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들이 잘못 배당된 주식을 매도하는 과정에서 삼성증권이 92억원의 손해를 봤으며, 갑작스러운 주가 폭락으로 일반 투자자들도 큰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또 주가 급등락 시 투자자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변동성완화장치(VI)가 발동했는데도 추가로 주식을 판 것으로 드러나 '고의성'이 있는 행동이라고 봤다. 반면 변호인단은 구씨 등이 주식을 매도하긴 했지만 이익을 취할 목적은 없었으며 실질적으로 얻은 경제적 이익이 없어 죄가 없다고 맞섰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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