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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입장' 확인 못한 文의 24시간 방미…美, 회담 전부터 "김정은은 폭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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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오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한 방미길에 오른다. 문 대통령 취임 이후 7번째인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미국 현지 시간으로 11일 정오부터 2시간 남짓 진행된다. 한국 시간으로는 12일 새벽 1시경 시작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5월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중앙포토]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5월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중앙포토]

이번 회담에서 문 대통령은 지난 2월 결렬된 북ㆍ미 정상간의 하노이 핵 담판 이후 교착상태에 빠진 비핵화 협상의 동력을 살리는 데 힘을 집중할 예정이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양국 정상 간의 단독회담에 이례적으로 김정숙 여사와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배석한다. 이후 양국 정상과 한미 안보라인의 핵심 참모가 배석하는 소규모 정상회담이 이어진다. 소규모 회담에는 한국에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강경화 외교장관, 조윤제 주미 한국대사가 참석한다. 미측에서는 각각의 카운터파트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폼페이오 국무장관,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배석한다. 소규모 회담 이후에는 업무 오찬을 겸한 확대 정상회담이 이어질 예정이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9일 브리핑에서 “이번 회담은 하노이 북ㆍ미 정상회담 이후 대화의 동력을 조속히 되살리기 위해 한ㆍ미 양국간 협의가 중요하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개최된다”며 “톱-다운(Top-Down)식 접근을 지속하면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모색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30일(현지시간) 미국을 방문한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워싱턴 인근 덜레스공항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30일(현지시간) 미국을 방문한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워싱턴 인근 덜레스공항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미국 내에서는 대북 강경론이 거세진 상황이다. 9일 오후(현지시간)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미 의회에 출석해 “최대한 경제적인 압박을 유지하는 것이 미 행정부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서도 “김 위원장을 폭군이라고 말해 왔다”고도 했다.

지난해 9월 24일 오후 (현지시간) 미국 뉴욕 롯데 뉴욕팰리스 호텔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 앞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 등 수행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문 대통령, 마이크 펜스 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연합뉴스]

지난해 9월 24일 오후 (현지시간) 미국 뉴욕 롯데 뉴욕팰리스 호텔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 앞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 등 수행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문 대통령, 마이크 펜스 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연합뉴스]

청와대 고위관계자 역시 전날 기자들과 만나 “대북 제재의 틀은 계속 유지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하노이 회담 이후 청와대가 제시해왔던 연속적 조기 수확(early harvestㆍ단계적 비핵화와 보상)에 대해 “이번 정상회담에서 논의가 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과의 의견차가 발생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 관계자는 다만 “완전한 비핵화의 최종 상태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로드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한ㆍ미 간에 의견이 일치한다”는 말을 여러차례 반복했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은 청와대가 기대했던 시나리오와는 상당히 다른 상황에서 이뤄진다. 하노이 북ㆍ미 회담 결렬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대화해 결과를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5월과 같은 당일치기 남북 정상회담 등이 거론됐지만 결국 성사되지 않았다. 이를 대신할 대북 특사 파견도 실패했다.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5월 26일 판문점 북측 판문각 회담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5월 26일 판문점 북측 판문각 회담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정의용 안보실장은 지난 4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하노이 회담 뒤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김정은 위원장을 먼저 만나 설득을 해보고 자신과 만나는 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며 “그러나 사정이 여의치 못해 한ㆍ미 정상회담 전 남북 정상 간 만남은 어려울 것 같다는 이야기를 미국에 전했다”고 말했다. 결국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확한 의중을 파악하지 못한 채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것이어서 두 정상이 어떤 합의점을 끌어낼 지 주목된다.

지난 5월 22일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회담을 지켜보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AP]

지난 5월 22일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회담을 지켜보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AP]

문 대통령은 약 2시간에 걸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마치고 한국시간으로 12일 새벽 귀국길에 오른다. 1박 3일간의 방미 기간 중 이동을 제외하고 미국에 머무는 시간은 24시간 가량이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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