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EU 관세 때린 날 'EU 끌어안기' 성공한 중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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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유럽연합(EU)에 110억달러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한 날 중국은 EU와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는 공동성명을 3년 만에 다시 발표하는 등 올해 중국 외교의 역점 사업인 ‘유럽 끌어안기’ 전략에서 커다란 성공을 거뒀다.
지난 3월 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유럽 순방에 이어 약 열흘 여 만에 다시 유럽을 찾은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제21차 중국-EU 정상회의에서 당초의 예상을 깨고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성과를 냈다.

리커창 중국 총리(가운데)가 중국-유럽 정상회의에서 당초의 예상을 깨고 공동성명에 합의하며 중국의 유럽 끌어안기에 중요한 진전을 이뤘다. [REUTERS=연합뉴스]

리커창 중국 총리(가운데)가 중국-유럽 정상회의에서 당초의 예상을 깨고 공동성명에 합의하며 중국의 유럽 끌어안기에 중요한 진전을 이뤘다. [REUTERS=연합뉴스]

여기엔 중국의 양보가 적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리커창 총리는 “유럽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동등한 대우를 받을 것”이라며 공정한 경쟁의 장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또 유럽 기업들의 중국 시장 진입 기회를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리 총리는 그 동안 유럽 기업들의 불만을 사온 기술의 강제 이전에도 나서지 않겠다고 말했다. EU의 관심사인 세계무역기구(WTO) 개혁에도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중국이 시장 개혁과 관련해 시한 설정을 했다는 게 가장 큰 양보로 평가된다.
EU는 중국이 말 뿐의 약속만 해 놓고 실제 이행하지 않는다며 중국에 불만을 표시해 왔는데 리 총리는 이날 “우리가 말할 때는 그걸 하겠다는 것”이라며 오래 전에 했던 투자 계약을 “내년 말이나 그보다 일찍” 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대신 미국과 치열한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EU와 같은 지구촌의 주요 경제체와 무역 및 투자에서 중요한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점을 과시하는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지난달 중순 EU가 중국을 ‘체계적 경쟁자(systemic rival)’이라 부르며 적의를 드러냈던 상황을 감안하면 커다란 변화다. EU는 이번 정상회의에서 중국을 ‘경쟁자’라 부르지도 않고 중국의 무역관행이 ‘불공정하다’는 언급도 하지 않았다. ‘중국 외교의 승리’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지난 2017년과 2018년엔 인권 문제 등으로 인해 중국-EU 정상회의에서 공동성명이 발표되지 않았고 올해 또한 서방 언론 대다수는 양측 입장 차이가 커 공동성명은 없을 것으로 관측됐으나 막판 합의가 이뤄지며 공동성명이 나왔다.
중국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이 같은 상황을 10일자 사설에서 ‘무에서 유(從無到有)’로 평가하며 반겼다. 리 총리는 크로아티아로 이동해 중국-동유럽 정상회의에 참석하며 이 자리에서 동유럽 국가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로 및 해상 실크로드) 사업 참여를 이끌어낼 예정이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미국, EU에 110억달러 관세 부과 착수 #중국은 EU의 중국진입 확대 약속해 #EU, 중국을 ‘경쟁자’라 부르지 않아 #‘중국 외교의 승리’라는 평가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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